세계일보

검색

잠복근무 안해 검거 기회 놓쳤다

관련이슈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입력 : 2010-03-08 18:55:00 수정 : 2015-05-03 16:34:22

인쇄 메일 url 공유 - +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용의자, 아버지집에 갔었다는데…
형사에게 두차례 전화 “난 범인 아니다” 주장도
李양 시신 ‘증거물’서 범인 유전자 동일 DNA 확인
◇8일 경찰이 새로 공개한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범 김길태씨의 상반신 모습. 지난해 12월 초순 단순폭행사건으로 사상서에서 조사를 받던 김씨의 얼굴을 한 형사가 휴대전화로 찍어 저장해놓은 것이다.
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사상경찰서 수사본부가 유력한 용의자 김길태(33)씨의 부모 집에 잠복근무를 하지 않아 제 발로 걸어들어온 김씨 검거에 실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과거 수차례 성폭행 전과가 있는 김씨의 핵심 연고지에 사건 직후 곧바로 전담반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양 납치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사건 발생장소에서 가까운 덕포시장 인근 아버지(63) 집에 잠시 들렀다가 “형사들이 다녀갔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나는 범인이 아닌데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납치용의자로 지목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10시쯤에도 사상구 주례동 친구 이모(33)씨가 운영하는 한 주점에 찾아와 “나는 범인이 아닌데 경찰이 나를 쫓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형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친구에게서 형사의 전화번호를 받아든 김씨는 공중전화를 이용해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가 범인이 아니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이 20여분 뒤 현장에 나타났을 때는 김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제 손으로 전화를 건 용의자를 놓친 것이다.

이후로도 김씨는 지난 3일 새벽 사건 현장에서 20여m 떨어진 빈집에 들어가 잠을 자다가 경찰 수색팀의 플래시 불빛을 보고 도주하는 등 범행 현장 근처에 계속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김씨가 지난달 25일 아버지 휴대전화로 경찰에 전화를 건 것과 지난달 28일 공중전화로 사상경찰서 모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을 강력히 부인한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당시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형사가 시간을 벌기 위해 노력했으나 김씨는 ‘나는 아니다’는 요지의 말만 한 뒤 재빨리 전화를 끊어 추적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이양의 시신에서 채취·검출한 모발과 타액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감정을 의뢰한 결과 질액에서 김씨 유전자와 같은 DNA 분석 결과를 확인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씨의 신분을 용의자에서 피의자로 전환하고, 김씨의 조속한 검거를 위해 전 경찰관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또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수사본부장을 서장에서 부산경찰청 차장으로 격상하고, 전 경찰관에 갑호비상에 준하는 근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전국적인 공조수사에 나서는 한편 형사 77명으로 추적검거전담팀(14팀)을 구성해 추적 중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