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나오기 전 범죄 특별관리대상서 빠져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은 성범죄 재범 우려자 감독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전자발찌 부착과 신상정보 공개 등 주요 예방책이 2000년대 시행된 탓에 그 전에 범행을 저지른 이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뒤늦게 소급 적용할 특별법 제정 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만 ‘위헌’ 가능성이 높아 다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8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김길태(33·지명수배)에게는 2차례 성범죄 전과가 있다. 1997년 9살 여아를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쳐 이듬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2001년 32세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8년이 확정됐다.
그는 만기출소 후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았다.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의 신상정보는 공개되지만 법률이 시행된 2000년 7월 이후 범죄만 해당한다. 2001년 저지른 범죄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역시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다.
성범죄자를 비롯해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는 만기출소 후 일정 기간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소 감시를 받는다. 문제는 전자발찌 부착을 규정한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 2008년 9월부터 시행된 점이다. 김길태처럼 그 전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우범자 관리 매뉴얼’에 따라 강간이나 강제추행 혐의로 3회 이상 금고형이나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이들을 ‘우범자’로 지정해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범죄를 2회 저지른 김길태는 ‘우범자’ 기준에 미달해 첩보 수집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헌법은 법률 제정에 앞서 일어난 범죄를 나중에 만든 법률로 처벌하는 걸 금지하는 ‘형벌불소급 원칙’을 두고 있어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모든 성폭력 전과자를 사례별로 등급화해 재범 가능성이 크면 일대일 전담관리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성범죄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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