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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위스 대통령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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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4 22:17:56 수정 : 2025-08-14 22:17:55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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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위스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위스의 정부 형태는 ‘내각책임제’다. 여러 외신 기사에서 ‘스위스 대통령’은 봤어도 ‘스위스 총리’란 용어는 접하지 못한 독자들 입장에선 다소 생소할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위스는 의회가 정부를 구성하는 내각제 국가가 맞지만, 총리는 없다. 내무부, 외교부, 재무부 등 7개 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내각이 모든 의사 결정권을 행사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집단 지도 체제’란 표현이 적당할 수 있겠다.

스위스 헌법상 국가원수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장관 7명이 돌아가며 1년씩 맡는 자리다. 일단 입각만 하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자연히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등 상징적 역할에 머문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른 장관들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뜻이다. 더욱이 기존에 수행해 온 장관 업무로부터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카린 켈러주터 현 스위스 대통령은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겸 재무장관’이다. 애초부터 대통령에게 힘이 실릴 수 없는 권력 구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스위스에 39%나 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1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스위스 정부와 국민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언론은 켈러주터의 리더십 부재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켈러주터는 내각이 오래전에 마련한 협상안을 되풀이해서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어느 스위스 신문은 “불행히도 켈러주터에겐 ‘플랜B’를 제안할 권한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바로 이 점이 트럼프를 발끈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미 행정부의 관세율 발표에 당황한 켈러주터는 지난 6일 부랴부랴 백악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트럼프는 켈러주터를 만나주지도 않았고, 그는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협상의 달인’ 트럼프가 임기 1년짜리 ‘파트타임’ 대통령을 파트너로 인정할 리 만무하다. 요즘 스위스에선 “대통령 말고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를 대미 협상 대표로 보내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스위스 정부 형태는 지금 같은 정상 외교 전성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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