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颱風)이라는 말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다. 선조들은 태풍을 ‘돌개바람’ ‘싹쓸바람’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는 ‘사방의 바람을 빙빙 돌리면서 불어온다’는 의미로 ‘구풍(具風)’이라고 했다. 중국 광둥 일대에서 열대성저기압의 영향으로 부는 강풍을 대풍(大風)이라 불렀는데 이를 영국인들이 ‘Typhoon’이라고 적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북서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을 통칭하는 태풍은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다. 주로 7∼10월에 발생하는 태풍은 우리에겐 늘 골칫거리였다. 최악은 2002년 제15호 태풍 ‘루사(RUSA)’였다. 전국에서 246명이 사망·실종됐고 피해액도 당시 기준 5조1479억원에 달했다.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도 한반도에 130명의 사상자를 냈다. 루사·매미처럼 8월 말에서 9월 초에 발생하는 가을 태풍은 위협적이다. 해수면 온도가 9월 초 정점을 찍어 태풍 형성에 유리한 조건이 완성되면서 ‘강력한’ ‘역대급’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태풍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1994년 제7호 태풍 ‘윌트’는 기록적 폭염과 가뭄을 일거에 해소한 ‘효자’였다. 강한 비바람으로 바닷물을 뒤집어 염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강이나 바다의 녹조나 적조를 없애 주기도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51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총 239개다.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에 연평균 3.4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거쳐 갔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태풍이 23개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하나도 없었다. 1951년 태풍 관측 시작 이래 두 차례(1988년, 2009년)를 빼고 16년 만에 ‘태풍 없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올해 한반도에 태풍이 사라진 것은 무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초가을까지 세력을 떨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태풍이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에 부딪혀 대만과 일본, 중국 등지로 방향을 튼 것이다. 태풍이 사라진 자리는 국지적 홍수와 가뭄이 차지했다. 태풍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상이변으로 태풍의 경로, 발생 시기, 이동속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한반도는 여전히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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