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허 찔린 靑, 각 세우기는 자제

입력 : 2011-03-31 22:50:21 수정 : 2011-03-31 22:50:2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세종시때와 다르지 않나… 입장 밝혔을 뿐”
‘강도론’때 일전불사하던 모습과 대조적
청와대는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유감 표명에 허를 찔려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만 확전은 피하려는 듯 입조심했다. 지난해 2월 세종시 논란이 격화됐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처장’인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대통령 언론특보)이 박 전 대표를 ‘박근혜 의원’ 운운하며 일전을 불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애써 태연했다. “(박 전 대표의) 의견 개진 방법이나 표현이 조심스러운 것 아니냐. 세종시 (논란) 때 말했던 것과는 다르지 않으냐”고도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직접 거명한 것은 없지 않으냐. 정책에 대한 자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시 때 말했던 것’이란 소위 ‘강도 논란’을 말한다. 지난해 2월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원안인 행정부처 이전 대신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 건설안)이 논란을 일으키자 “강도가 들어왔는데 집안 싸움하면 망한다”며 여권 내 분란을 꼬집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쩌느냐”고 되받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통령을 사실상 ‘강도’로 지목한 것이다. 이동관 전 수석이 총대를 멨던 이유다. 청와대가 당시와는 달리 박 전 대표와 격렬한 대결 구도로 가기보다는 일단 톤 다운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약점인 대선 공약 파기를 걸고 넘어졌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다. 박 전 대표의 ‘말발’로 국민에게 ‘정말 못 믿을 정권’으로 비쳐질 경우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권력’ 1순위로 꼽히는 박 전 대표가 ‘신뢰의 카드’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여권 핵심 지지기반인 영남권의 급속한 균열이 뒤따를 수 있음을 청와대는 우려하는 눈치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정국의 뇌관이 될 국책 사업 결정이 줄줄이 남아있고 한나라당에는 이 대통령 탈당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현 정권의 구심력을 이완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가속이 붙게 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박 전 대표의 유감표명 배경 파악과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이 대통령은 4월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직접 설득에 나서면서 박 전 대표 발언에 대한 입장도 밝힐 전망이다. 정면돌파의 일환이다. 신공항 건설이 대선 공약이고 국정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신공항 건설 공약이 백지화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