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 내정 21개월 만에 ‘세자 책봉’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은 지난해 1월 후계자로 내정된 지 21개월 만에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받아 후계자임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사실은 28일 새벽 1시, 이례적인 시간에 조선중앙통신에서 보도됐다.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가 열리는 날 새벽 전격 발표함으로써, 이번 회의가 후계구도를 공식화하는 자리임을 확인한 셈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월요일 낮시간이었던 점에서 후계자의 극적인 등장으로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정은은 강한 리더십과 승부욕으로 김 위원장의 총애를 받은 데다 김 위원장의 사실상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과 장성택의 후원을 바탕으로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에서 김정은에 대해 “김정일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아들”이라며 “만능 스포츠맨에 통솔력 있고 호쾌한 성격이며 김 위원장과 외모와 체형, 성격까지도 빼닮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사진을 두고 국제적으로 수차례 오보 해프닝이 벌어졌을 정도로 그의 신상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2004년 사망)에게서 차남 정철(29)에 이어 태어났으며 1990년대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를 졸업한 뒤 평양으로 돌아와 2002년부터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희 생전에 ‘샛별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은 후계자로 내정된 뒤 ‘김대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후계자로 공식 데뷔하기 위한 ‘치적 쌓기’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해부터 김정은 찬양 가요인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장군복, 대장복 누리는 우리 민족의 영광,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와 함께 ‘발걸음’의 가사가 적힌 포스터가 평양시내 대로변에 나붙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해 5월 개시된 ‘150일 전투’ 속도전(주민노력동원)이나 전례없이 성대하게 치러진 그해 ‘5·1절’(노동절) 행사, 그리고 고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평양 대동강변에서 성대히 펼쳐진 불꽃놀이 등이 모두 ‘김대장 작품’이라고 주민들에게 은연중에 선전됐다.
지난 7월에는 김 위원장이 1974년 후계자로 처음 내정됐을 때 쓰였던 ‘당 중앙’이라는 표현이 북한 언론매체 등에 다시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최근 44년 만의 당대표자회 개최에 관한 사설에서 ‘당 중앙의 두리(주위)에 단결하고 단결하고 또 단결하여야 한다’고 촉구해 김정은 후계의 공식화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최근 들어 북한 내에서는 컴퓨터제어기술을 뜻하는 ‘CNC’가 자주 인용돼 김정은의 상징처럼 통한다. 8월 초 열린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서도 ‘CNC 주체공업의 위력’이라는 구호가 카드섹션으로 펼쳐졌다.
조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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