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으로는 선군정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북한은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의 기능을 정비해 당 중심 국가로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처음으로 부여된 공식 직함이 인민군 대장이라는 점, 그리고 김경희, 최룡해 등 친위그룹을 함께 대장으로 올린 점은 군을 통해 후계체제 구축에 나설 것을 예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김정일 체제 이후 북한을 지배한 선군정치가 김정은 체제에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당의 사회적 부분을 장악한 뒤 군부 장악에 나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세습 전례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적으로 고립됐고 안보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제를 유지하려면 군을 중심으로 한 ‘선군정치’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부문에서는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계자의 등장 이후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선군정치와 실용주의 양 측면이 김정일 위원장보다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개발독재에 가까운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외정책에서도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후계체제를 연착륙시키려면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후계 공식화 직전인 23일 강석주 전 외무성 제1부상을 내각 부총리로 격상시킨 것은 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6자회담과 대미 외교를 총괄한 강석주 부총리를 중용함으로써 향후 김정은 체제에서 대미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가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후계구도가 안정될 때까지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강경모드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다툼, 권력 이동도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복동생 김평일, 계모 김성애와 그들의 지지세력 등 ‘곁가지’를 쳐내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여 후계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까지 정치적 역량을 입증하지 못한 데다 후견인 장성택과의 권력투쟁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인민군 대장으로의 파격 승진으로 군부 내에서 불만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권력 엘리트 대다수가 김정일과 김정은을 운명공동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군부 쿠데타 등의 동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의 경험이 부족하고 지지기반이 취약한 만큼 향후 후계체제 구축에는 우여곡절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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