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정유와 발전, 편의점, 건설이 주력인 GS가 AI 데이터센터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부터 건설, 냉각까지 그룹 안에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어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GS는 2028년부터 강원 동해시에 1.2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준공하고 이후 1.2GW를 추가해 총 2.4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건물만 짓는 사업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힐 냉각 기술도 필요하다. 대규모 시설을 짓고 운영할 경험도 있어야 한다.
GS가 가진 기존 사업이 여기서 연결된다. GS그룹의 사업은 크게 에너지·발전, 리테일·서비스, 건설·인프라로 나뉜다. GS에너지와 GS EPS, GS E&R은 에너지와 발전 사업을 맡고 GS건설은 대형 인프라 구축 경험을 갖고 있다.
GS칼텍스는 데이터센터 서버 냉각에 활용할 수 있는 액침냉각 관련 사업도 추진해왔다. AI 데이터센터가 GS에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외부에서 각각 확보해야 하는 전력과 건설, 냉각 역량을 계열사 안에서 연결할 수 있다.
GS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지난달 열린 GS벤처스 테크데이에는 전력과 메모리, 냉각, 데이터센터 구축, GPU 클라우드 분야 스타트업 7곳을 불러 모았다. 기존 계열사가 가진 기술만으로 사업을 완성하기보다 외부 기술까지 붙여 데이터센터 전체 밸류체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AI 데이터센터를 단순 부동산이나 전력 판매 사업으로 접근하지 않고 기술 생태계까지 키우겠다는 방향을 내놓고 있다.
새 사업에 힘을 싣고 있지만 현재 GS의 실적을 책임지는 핵심은 여전히 기존 에너지 사업이다.
㈜GS의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은 7조4131억원, 영업이익은 1조71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9%, 영업이익은 253.4% 증가했다.
상반기로 넓히면 매출 14조2555억원, 영업이익 2조976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30.8% 늘었다.
실적 개선을 이끈 곳은 GS칼텍스다.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수출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됐고 재고 효과까지 더해졌다. 윤활유 부문은 공급 차질 영향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GS에너지의 자원개발 사업도 유가 상승 효과를 받았다.
반대로 석유화학은 나프타 가격 상승 부담으로 적자로 돌아섰고 발전 계열사도 전력도매가격과 가동률 하락 영향을 받았다. GS가 미래 사업을 서두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제품 가격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면서도 다음 성장축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허 회장은 2020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디지털 전환과 오픈이노베이션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GS홈쇼핑 대표 시절 TV홈쇼핑 중심의 사업을 모바일커머스로 전환한 경험도 있다.
그동안 GS퓨처스와 GS벤처스를 통해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올해 4월에는 그룹이 투자한 AI 기업 17곳을 한자리에 모아 협업 가능성을 점검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기술을 살펴보는 단계를 넘어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GS그룹 해커톤에는 계열사와 외부 기업에서 923명이 참가했다. 5년간 누적 참가자는 2732명이다. 현장에서 만든 안전관리 AI 에이전트는 외부 기업 330곳으로 확산됐다.
AI 데이터센터도 같은 흐름에 있다. 기존 사업을 AI로 효율화하는 수준을 넘어 AI 자체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AI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전력만 확보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수조원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실제 서버를 채울 빅테크와 클라우드 고객을 얼마나 확보할지가 사업성을 결정한다.
전력망 확보와 인허가, 용수 문제도 풀어야 한다. 특히 데이터센터 투자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전력과 GPU 확보 경쟁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계획한 설비를 짓더라도 고객 확보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GS가 그동안 쌓아온 에너지·인프라 역량이 AI 시대에도 통할지 확인할 시험대인 셈이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 경영계획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키지 못하면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며 본업 경쟁력과 신사업 실행을 동시에 주문했다.
지금 GS의 전략도 이 방향에 가깝다. 정유와 발전에서 번 돈으로 전혀 다른 분야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과 건설, 에너지라는 기존 사업을 AI 데이터센터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 다시 묶고 있다.
GS가 2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에너지·유통·건설 중심의 사업 구조에 AI 인프라가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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