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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그고 내 라면 만든다…유통업계, 오래된 브랜드에 체험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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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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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직접 담그고, 취향대로 라면을 조합해 나만의 제품을 만든다. 간장을 만드는 공장 외벽은 대형 미술 작품으로 바뀌었다.

 

풀무원 제공
풀무원 제공

오랜 역사를 가진 식품기업들이 브랜드의 과거를 전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가 직접 먹고 만들고 체험하는 공간을 늘리고 있다. 제품을 진열하는 홍보관보다 브랜드가 쌓아온 시간과 식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곳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풀무원 뮤지엄김치간이다. 1986년 서울 중구 필동에서 문을 연 김치박물관은 1987년 풀무원이 인수한 뒤 사회공헌 사업으로 운영돼 왔다. 한국무역센터와 코엑스몰을 거쳐 2015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현재의 뮤지엄김치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40주년을 맞아 4일까지 입장료를 50% 할인하고 특별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0년간 김치박물관이 변해온 과정을 과거 신문 기사와 사진으로 보여주고, 28가지 김치 영상과 100종의 김치 사진도 전시한다.

 

주말인 3~4일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토마토 배추김치를 직접 만들어보는 ‘어린이 김치학교 AWARDS’도 진행한다. 단순히 김치 제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김치를 직접 만들고 김장문화를 배우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장수 브랜드에서도 뚜렷하다.

 

농심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을 앞세워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체험공간 ‘신라면 분식’을 운영하고 있다. 1·2층을 합쳐 약 120평 규모로, 오는 11월 말까지 문을 연다. 페루와 베트남, 일본,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 신라면 체험공간이자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곳에서는 라면을 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방문객이 면과 스프, 별첨 등 17가지 선택지를 조합하고 자신의 사진까지 패키지에 넣어 ‘나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농심 연구원이 개발한 신라면 볶음밥과 아부라소바 등을 판매하고, 해외에서 판매되는 신라면 똠얌이나 순라면 등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

 

농심은 이 공간을 단기 팝업이 아닌 ‘안테나숍’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해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브랜드 체험공간이 홍보를 넘어 소비자 조사 창구 역할까지 맡는 셈이다.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샘표도 오래된 식품 브랜드의 역사를 공간 콘텐츠로 풀어내고 있다.

 

서울 충무로의 ‘샘표 우리맛 공간’에서는 소비자가 연구원과 함께 요리하고 맛을 경험하는 미식회와 요리수업, 특강 등을 운영한다. 이 공간은 2003년 문을 연 식문화연구소 ‘지미원’을 확대해 만든 곳으로, 지금까지 3만5000명 이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경기도 이천공장에서는 아예 생산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샘표는 2004년 공장 안에 ‘샘표 스페이스’를 열었고,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샘표 80년 헤리티지展’을 연말까지 진행한다. 1946년 이후 공장의 변화와 브랜드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공장 외벽 약 1만7000㎡도 대형 공공미술 작품으로 꾸몄다. 간장의 원료인 콩과 발효 미생물, 샘표 제품 이미지를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식품을 생산하는 공장 자체를 브랜드 콘텐츠로 만든 사례다.

 

차 브랜드 오설록도 제품 판매와 체험을 결합한 대표 사례다.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은 차밭과 로스터리, 티카페, 발효차 숙성 공간인 티스톤 등을 한데 묶어 운영한다. 차를 마시는 것뿐 아니라 찻잎이 한 잔의 차가 되는 과정과 차문화를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식품기업들이 체험공간에 힘을 주는 이유는 제품만으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브랜드의 역사와 제조 과정, 식문화를 한 번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와 라면, 간장, 차처럼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일수록 직접 만들거나 맛보는 과정이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40년 된 김치박물관과 40년 된 신라면, 80년 된 샘표가 다시 공간으로 소비자를 만나는 이유다.

 

식품기업의 경쟁 무대가 마트 진열대에서 박물관과 공장, 체험형 매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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