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호흡기 환자 17만명…강한 엘니뇨에 산불 장기화 우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연기가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뒤덮고 있다. 강한 엘니뇨와 건기가 겹치면서 올해 동남아시아에서 심각한 대기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수개월 전부터 나왔던 가운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20년 넘게 산불 연기 문제를 공동 대응해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대응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1일(현지시간) 공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전날 오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공기질지수(AQI)는 166까지 치솟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했다. 싱가포르도 AQI 155로 세 번째로 높았다. AQI가 150을 넘으면 ‘건강에 해로운’ 수준으로 분류된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이 측정한 대기오염도 역시 5개 권역 가운데 4곳에서 건강에 해로운 수준까지 악화했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공기질 악화의 원인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에서 계속되는 산불이다. 산불에서 발생한 짙은 연기가 바람을 타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까지 이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산림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감지된 산불 의심 지점은 1만5461곳으로, 대규모 산불 사태를 겪었던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열점은 위성이 지표면 온도 상승을 감지해 잠재적인 화재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점이다.
올해 산불이 커진 배경에는 강한 엘니뇨와 건기가 겹친 영향이 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중·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과 고온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지난 6월 이후 인도네시아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약 5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기상청은 통상 10월부터 시작되는 우기도 올해는 국토의 약 60% 지역에서 예년보다 늦은 11월 초에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불 영향은 인도네시아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초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산불과 관련한 호흡기 질환자는 17만4000여명에 달했다.
이번 대기오염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됐다. 싱가포르국제문제연구소(SIIA)는 지난 6월 올해 동남아 산불 연기 위험을 가장 높은 단계로 평가했다. 강한 엘니뇨와 건조한 날씨가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산불이 확대되고, 연기가 주변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인도네시아 산불 연기가 주변국을 덮치는 문제는 동남아의 고질적인 환경 문제다. 1997∼1998년 대규모 산불로 역내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ASEAN 회원국들은 2002년 ‘국경 간 연무 오염에 관한 ASEAN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산불 예방과 정보 공유,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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