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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사법권 침해, 대통령이 직접 막은 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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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1 23:08:58 수정 : 2025-10-01 23:08:57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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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가운데 가장 취약한 사법부
행정·입법부에 무시당하기 일쑤
삼권분립 핵심은 곧 사법권 보장
李 대통령, ‘헌법 수호’ 실천하길

한국계 미국인 가수 유승준(48)의 병역 회피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나 그의 입국을 봉쇄하는 정부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유승준은 2015년과 2020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두 번 다 거절당하고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모두 이겼다. “원고(유승준)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도 LA 총영사관은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스티브 유(유승준의 미국식 이름)의 병역 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유승준은 2024년 세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더라도 LA 총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것이다. “스티브 유는 병역 면탈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병역 기피자”라는 정부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사법부가 판결을 내릴 수는 있어도 이를 강제로 집행할 수단은 없다 보니 생겨나는 일이다. 행정부가 무시하기로 작정하면 속수무책인 셈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그냥 방치된 법률 조항이 30건에 이른다. 낙태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269조 및 270조가 대표적이다.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재 판단에 따라 효력이 정지된 가운데 국회는 6년 넘게 개정에 손을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은 어느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국회의원들이 법에 무지하거나 게으른 탓이 아니라면 헌재를 업신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삼권분립’이라고 하지만 삼권의 크기가 균등한 것은 아니다. 행정부나 입법부의 거대 권력과 비교해 사법부의 그것은 초라하다. 나라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이 법률과 예산이라면 그 기획과 심사, 결정과 집행은 오롯이 정부·국회 몫이고 법원이 끼어들 틈은 없다.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어진 법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는 것뿐이다. 그나마 정부나 국회 주요 정당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놓는 경우 ‘사법 개혁’이란 명분으로 포장된 정치 공세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 같은 삼권의 불균형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세계 주요국은 삼권분립의 요체를 ‘사법권 독립 보장’으로 받아들인다. 국가에 따라선 이를 대통령의 의무로 규정하고 아예 헌법에 못 박기도 한다. “공화국 대통령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한다”고 명문화한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 64조 1항이 그렇다.

최근 프랑스 우파 정계의 원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2007∼2012년 재임)의 형사 사건 재판이 열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측과 접촉한 혐의로 기소된 사르코지에게 1심 판사는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다. 우파 진영을 중심으로 판결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법관을 살해하겠다”는 협박마저 등장했다. 그러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 “판사에 대한 공격이나 위협 등은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법치주의는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물론 사법부를 지탱하는 법관들의 안전 역시 법치주의의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에 “판사를 협박한 이들을 수사해 기소하라”고 명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린 조희대 대법원장이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법관은 오직 판결문으로만 말한다’라는 법언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주당 일부 의원은 대법원장을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우겠다고 을러댄다. 모호하기 그지없는 ‘국민의 뜻’을 내세워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심지어 국회 탄핵소추를 거론하기도 한다. 민주당 열성 당원들의 극단적 주장이 마치 다수 국민의 견해인 양 오도하는 행태 아닌가. 우리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에게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웠고, 삼권분립은 헌법의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의 본질이 바로 사법권 독립 보장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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