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툴리눔 톡신 수출 허가가 4~6개월 지연돼 매년 최대 1000억 원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줄곧 호소해 온 불합리한 규제 문제가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됐다.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과 균주가 국가핵심기술로 묶여 있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균주 포함)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승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첫 발제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은 이미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범용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기업의 연구개발과 수출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인해 수출 허가가 평균 4~6개월 지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기회손실액은 연간 약 900억~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의미다
토론자로 나선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정세영 전북대병원 석좌교수는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했고,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현재 보툴리눔 독소제제와 균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 관리, 생화학무기법 규제, 감염병예방법 등 6개 부처·7개 법령에 의해 다층적 규제를 받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이 제조공정·품질관리 중심으로 규제를 전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보툴리눔 독소제제 시장 규모는 12~16조 원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10%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 제품의 글로벌 수출 점유율은 4%에 그친다
정부도 규제 개혁을 시사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바이오 토론회에서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겠다”며 바이오산업을 반도체와 함께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보툴리눔 기술 보호를 넘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국회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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