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투약 처벌받았어도 소지는 또다른 범죄”
마약이 든 주사기를 펜션 변기에 내렸다가 덜미가 잡힌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최근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0월 홀로 경기 양평 한 펜션에서 머물다 필로폰 불상량을 일회용 주사기에 담아 물로 희석해 미리 만들어둔 필로폰 용해액이 담긴 일회용 주사기 2개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필로폰을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펜션 주인은 A씨가 퇴실한 뒤 같은 해 11월 화장실 변기가 막히자 수리기사를 불러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주사기 4개가 변기 배출구에서 발견됐다. 이후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주사기 4개에서 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됐고, 그중 주사기 2개에서 혈흔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주사기 3개에서 동일한 남성의 DNA가 검출됐는데, 모두 A씨의 DNA와 일치했다.
앞서 A씨는 2023년 4월 대구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필로폰 약 0.1g을 투약하고 이튿날 비닐 지퍼백에 담겨 있던 필로폰 약 0.35g을 한 숙박업소 객실 탁자 위에 올려두는 방법으로 소지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원주에서 필로폰 0.03g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같은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A씨 측은 법정에서 필로폰을 소지하지 않았고, 설령 소지했더라도 2023년 10월 원주에서 투약한 필로폰과 같은 것이고 이미 당시 투약으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일사부재리는 하나의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필로폰을 소지한 사실이 인정되고, 소지한 필로폰 모두 양평 펜션에서 퇴실하기 전에 변기에 버린 후 발견된 것이므로 비슷한 시기 원주에서 투약한 필로폰과는 다른 필로폰임이 명백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한국의 마약류관리법은 마약과 관련한 모든 행위를 구분해 각 행위를 모두 처벌하도록 한다. 가령 마약을 보관하는 소지,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가 모두 각각의 범죄 행위로 처벌된다.
항소심 재판부도 “소지와 투약 두 행위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적 행위가 서로 다른 별개의 범죄로 피고인이 투약 범행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소지 범행에 대해 다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며 “더구나 이 사건은 피고인이 펜션에서 가지고 나와 원주에서 투약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주사기에 관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펜션에 두고 온 주사기에 관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한다는 변소는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 마약 사범이 점차 증가하며 생활하수 속에서도 마약 잔류량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많이 발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사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외국인 밀집 지역의 하수처리장 12곳의 메스암페타민 사용 추정량이 전국 평균 대비 약 141% 수준이었다.
하수처리장에서도 마약 투약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된다. 2022년에도 제주 하천에 필로폰을 투약한 주사기 수십개를 버린 30대 여성이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병원 등에서 사용된 주사기들은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돼 특별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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