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와 물가 상승으로 일본 여행의 ‘가성비’ 매력이 옅어지는 사이 중국이 한국인의 여행 선택지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무비자 입국 허용과 항공 노선 확대, 안정적인 환율까지 더해지며 중국은 ‘합리적 여행지’로 재부상하는 분위기다.
올해 추석 연휴는 단 하루 연차를 쓰면 최장 10일까지 이어지는 ‘슈퍼 황금연휴’로, 중국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일본 1위지만 흔들리는 점유율, 중국은 가파른 상승
2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일본(29%)이었다.
여전히 압도적 1위지만 전월 대비 5%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국은 9%로 3%포인트 상승하며 눈에 띄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연초와 비교하면 흐름은 더 분명하다. 일본은 6%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국은 2%포인트 늘어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중이다.
태국(7%), 대만(5%), 필리핀(4%) 등이 뒤를 이었으나 ‘일본 독주-중국 추격’ 구도가 뚜렷하다.
◆회복세 뚜렷한 중국 여행 관심도
여행 관심도 역시 중국의 반등을 뒷받침한다. ‘중국을 가보고 싶다’는 응답은 올해 8월 기준 12%로,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2020년 6%) 대비 2배로 증가한 수치다.
물론 사드(THAAD) 갈등 직전인 2016년(22%)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직전(2019년 14%) 수준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한시적 무비자 허용이 결정적 전환점이 됐고, 항공 노선 확충 및 여행사 패키지 활성화가 이를 뒷받침했다”며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위안화 역시 중국을 ‘가성비 여행지’로 각인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경쟁력 ‘압도적’…베트남보다도 저렴
가격은 중국이 내세울 수 있는 최대 무기다. 올해 해외여행자 1인당 평균 지출액을 보면 중국은 105만4000원으로, 동남아 평균(127만4000원)보다 20만원 이상 저렴했다.
일본(106만8000원)은 물론 ‘저렴한 여행지’로 인식되는 베트남(111만700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물가 부담이 커진 시대에 중국이 ‘실속 있는 선택지’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여행 방식에서도 중국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일본은 개별여행(FIT)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중국은 개별여행과 패키지 비중이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룬다. 중국 특유의 광활한 국토와 다채로운 문화유산 덕분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문화유산·자연·음식 등 체류형·테마형 여행을 기획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패키지 상품 강화만으로도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노선·환율 등 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상품 포트폴리오와 지역별 차별화 코스를 서둘러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추석 황금연휴, 중국의 ‘가성비 반격’ 시험대”
올 추석 연휴는 중국 여행이 진정한 반등 궤도에 오를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은 ‘가성비’를 앞세워 다시금 주요 여행지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여전히 일본은 가장 익숙하고 손쉬운 선택이지만, 환율·물가·여행비용이라는 현실적 제약은 중국에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한한령’ 이후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으려는 중국 관광업계의 공세와 한국 여행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맞물리며, 올 가을 아시아 여행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