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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중수부와 중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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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3 23:14:26 수정 : 2025-09-03 23:14:25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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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에 중앙수사부(중수부)가 창설된 것은 제5공화국 초창기인 1981년 6월의 일이다. 이듬해인 1982년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의 깔끔한 해결은 중수부를 대한민국 최고 수사 기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때부터 ‘특별수사통 검사들의 집합소’이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등의 수식어가 생겨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오죽하면 ‘중수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신화까지 탄생했겠나.

1990∼200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씨 등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 중수부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저질러진 불법 대선 자금 사건 수사는 중수부의 명성에 정점을 찍었다. 2003년 시작해 1년 가까이 이어진 이 수사를 통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부터 제1야당인 한나라당 중진 국회의원까지 줄줄이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여야 할 것 없이 부정부패에 찌든 정치권에 실망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검찰 팬클럽’을 만들고 중수부에 환호를 보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고 오르막이 끝나면 내리막과 마주해야 하는 법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중수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임기 중 거액의 불법 자금을 받은 정황을 잡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해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에 따라 중수부 등 검찰 조직에 거센 역풍이 휘몰아쳤다. ‘무소불위 검찰권의 첨병’으로 지목된 중수부는 결국 2013년 4월 폐지돼 사라지고 말았으니, 새삼 인과응보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정부 들어 ‘검찰 개혁’이 당정의 화두로 떠올랐다. 수사와 기소라는 검찰의 양대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인 듯하다. 현재로선 법무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고 검찰 수사권을 거기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수청과 중수부라니, 묘하게 비슷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법조계에선 벌써 중수청을 두고 “무소불위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데, 옛 중수부의 영욕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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