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로. 기자가 탄 셔틀버스 옆 차선에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가 달리고 있었다.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탑승한 ‘무늬만 자율주행택시’가 아니라, 운전자 없는 ‘진짜 자율주행택시’였다. 말로만 듣던 구글 웨이모의 재규어 자율주행택시를 조금 더 자세히 보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가며 각도를 재는 기자와 달리 거리의 미국인들은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그만큼 자율주행택시가 도로에 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웨이모는 현재 LA와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애틀랜타, 오스틴 등에서 주간 25만건의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LA는 시장조사회사 인릭스가 교통혼잡도를 조사해 순위를 매긴 ‘글로벌 트래픽 스코어’(2024년 기준)에서 튀르키예 이스탄불,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 이어 전 세계 8위에 오를 정도로 교통혼잡이 극심한 도시다. LA시민은 그만큼 자율주행 난도가 높고 택시 수요도 많은 일반 도로에서 휴일 없이 24시간 운행하는 자율주행택시를 탈 수 있는 셈이다.

웨이모뿐만이 아니다. 테슬라는 6월 오스틴에서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시작해 샌프란시스코로 확대했다. 중국 바이두의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고는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택시 1000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자율주행택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들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시험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우선 시험 방법을 열어주고 실제 상황에 적용하며 제도를 개선해가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우리는 안전이 입증된 뒤 허용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말부터 청계천에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지만 안전요원이 차량에 함께 탑승한다. 강남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택시도 하반기 운전석을 무인화할 예정이지만 조수석에는 안전요원이 동승해야 한다.
해외처럼 자율주행을 과감하게 진행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는 기술 상용화의 속도전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 웨이모는 미국의 10개가 넘는 주에서 10년 이상 수만대를 투입해 테스트를 진행하며 1억마일(약 1억6000만㎞) 넘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확보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한 축에 속하는 서울에서조차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량이 택시와 셔틀버스를 포함해 30대에 못 미치며,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구간에서 주행이 이뤄진다. 이미 데이터를 많이 쌓은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이 한국에 속속 진출하는 것도 그동안 규제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기술을 개발해온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이다.
더 늦기 전에 안전요건을 사전에 일괄 허가하고 운행 데이터를 제출·검증하는 방식의 과감한 규제 변경이 필요하다. 복잡한 도심의 택시와 공항 등 비교적 단순한 구간을 왕복하는 셔틀은 상황이 크게 다른 만큼 환경별로 과감하게 운용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자율주행택시 도입이 더딘 데에는 택시업계의 일자리 문제도 깔려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택시회사와 자율주행차의 합작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웨이모는 일본 시장에서 도쿄 최대 택시 운영사인 일본교통(니혼 고쓰) 자율주행택시를 함께 운영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자율주행시대, 한국 택시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 보고서에서 택시면허를 매입한 호주의 사례를 참고해 정부가 택시면허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택시업 자체를 미래형 택시사업자로 포용하는 것이다. 택시산업 보호와 혁신을 두고 충돌했던 ‘타다 논쟁’이 이제는 다르게 전개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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