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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용열차 평양 출발… 2일 베이징 도착 [中 전승절]

입력 : 2025-09-01 21:24:47 수정 : 2025-09-01 22:48:37
베이징= 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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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선로 상태 나빠 20여시간 걸릴 듯
전승절 열병식 앞둔 中, 긴장감 고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관을 위해 1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 위원장이 열차로 평양을 출발해 이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이날 밤 북·중 국경을 통과해 2일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이용하는 전용열차 ‘태양호’는 방탄 기능과 박격포 등 무장을 고루 갖춘 ‘움직이는 요새’다. 방탄, 무장 때문에 일반 열차보다 무거운 데다 북한의 선로 상태도 좋지 않다 보니 시속 60㎞ 정도로밖에 속도를 내지 못해 베이징 도착까지는 20여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 참석차 방중이 임박한 1일 오후 중국 베이징역으로 열차를 이용하려는 여객들이 오가고 있다.뉴스1

열병식을 이틀 앞둔 1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은 평소와 공기부터 달랐다. 북적거리던 차량, 자전거는 자취를 감췄고, 대신 군용차와 검문소는 분주하게 움직여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었다.

택시기사 왕모씨는 톈안먼광장 앞을 지나면서 “조만간 큰 행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베이징 시민은 “베이징에 오래 살았지만 전승절을 앞둔 상황이라 쳐도 이렇게 통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열병식에 들이는 정성을 일반 시민들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도심 곳곳에는 전승절을 기념하는 상징물이 들어섰다. 톈안먼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 양옆으로는 ‘1945’와 ‘2025’를 새긴 대형 조형물이 세워졌다. 5만석 규모의 관람석은 붉은색·황금색·녹색으로 구획돼 ‘번영’과 ‘강군’을 상징했다. 베이징 시내에는 드론은 물론 심지어 연날리기까지 금지됐지만 톈안먼광장 인근만 드론을 여러 대 띄워 감시를 한층 강화했다.

8월 3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앞으로 자전거를 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베이징=뉴스1

열병식을 취재하려는 각국 기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열병식 당일에도 당국이 배정한 지정석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열병식이 열리는 창안제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경우 사무실 출입도 제한됐다. 관련 정보를 어떻게든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임박하면서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은 ‘최고 존엄’ 맞이에 분주했다. 건물 옥상에 새 장식물을 놓았고, 게시판에는 김일성 주석의 젊은 시절 사진을 걸었다. 김 위원장 전용열차 도착지로 예상되는 베이징역 주변은 무장 경찰이 경계를 강화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 루트가 될 국경 도시 단둥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한 현지 교민은 “평소 하루 20대 정도만 북한으로 들어가던 화물트럭이 오늘은 100대 이상 넘어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방중을 앞두고 북·중 간 물류가 급증한 셈이다. 일본 언론은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시 경비가 강화됐다며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통과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경계 태세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국제정치의 무대이자 체제 과시의 장으로 삼고 있다. 톈안먼 망루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나란히 선다. 북·중·러 정상이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탈냉전 이후 처음이다. 1959년 김일성, 마오쩌둥이 함께 톈안먼에서 열병식을 지켜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장면이다.

 

10년 전 열병식에서 ‘국공(국민당과 공산당) 합작’을 부각했던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는 ‘공산당의 승리’를 강조하고 있다. ‘역사 다시쓰기’를 시도하는 것은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자 미래의 ‘초강대국’으로 자국의 서사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군사과학원은 최근 낸 ‘중국 항일전쟁사’ 개정 증보판에서 중국공산당을 ‘확고한 기둥’이었다고 표현하는 등 자국이 항일전쟁의 주축이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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