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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릉 제한급수 효과 작은데… 市 ‘땜질처방’ 고수

입력 : 2025-09-01 18:23:24 수정 : 2025-09-01 21:42:53
강릉=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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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뭄에 조치 나섰지만…

오봉저수지 저수율 15% 붕괴에
市, 수도계량기 75%까지 잠가
강제성 없어 日 사용 8% 감소 그쳐
현 추세면 3주 뒤 저수지 물 고갈

시간·격일제 공급 검토 계획 밝혀
명확한 대책없이 급수제한 카드만

前 한수원 사장 “예견된 참사
現시장, 도암댐 원수 확보 외면”

강원 강릉시가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김홍규 강릉시장은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일 강릉시에 따르면 전날 강릉 지역 하루 생활용수 사용량은 8만5750ℓ다.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5% 밑으로 떨어져 50% 제한급수를 시작한 지난달 20일(사용량 9만4118ℓ)보다 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제한급수가 시작되면 생활용수 사용량이 5만ℓ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시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최악 가뭄에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1일 강원 강릉시 한 대파밭에 심어진 파가 말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물 사용량이 생각보다 줄지 않아 제한급수 이후에도 저수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저수율은 14.5%로, 지난 12일간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식수 사용을 위한 마지노선인 15%가 무너진 지 이틀째라는 점이다. 저수율이 15%를 밑돌면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기 어렵고 생활용수 공급 차질로 이어진다. 하층부 오염물질이 떠오르면서 상수원의 전반적인 수질 악화도 우려된다.

 

강릉시는 저수율 15%가 붕괴된 전날 수도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급수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자율 동참에 맡기겠다는 방침이어서 생활용수 사용량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금 추세라면 길어야 3주 뒤면 저수지 물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연구실장은 “제한급수를 시작했는데도 생활용수 사용량이 8%밖에 줄지 않았다면 정말 미미한 수준”이라며 “시간제나 격일제 급수 등 적극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강릉시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 김 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시간제나 격일제 급수 공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이 없는데 명확한 대책 없이 급수제한 카드만 만지작거리는 셈이다. 김 시장은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다 마를 즈음엔 인근 지방자치단체에서 물을 받아오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 시장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김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오봉저수지를 찾은 지난달 30일 대책을 묻자 “비가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거 하나만 믿으면 안 된다”며 “비가 안 올 경우 사람 목숨 가지고 실험할 수 없지 않으냐”고 질책했다. 김 시장이 경포호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예산 90억원을 편성하고 최근까지도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는 등 엉뚱한 정책에 힘을 쏟아왔다는 점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가뭄이 예견된 참사란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9년 한수원 사장 시절에도 강릉 가뭄은 계속되고 있었다”며 “당시 강릉시장과 인근 주민들을 설득해 도암댐 발전 재개를 통한 원수 공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면 지금 같은 가뭄은 없었을 것”이라며 “김 시장이 도암댐 원수 확보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평창군에 위치한 도암댐엔 현재 물 3000만t이 있다. 강릉 남대천까지 수로도 연결돼 있다. 지역에선 수질을 우려한다. 인근 고랭지 배추밭과 축사에서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온다는 주장이다. 도암댐 물 식수 사용을 두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농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파 농사를 짓는 이영규(74)씨는 “며칠 전까진 ‘찔끔’이라도 물을 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람 마실 물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농사는 포기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해갈을 위한 현장 지원반을 꾸린 행정안전부는 이날 군 소속 물탱크차 400여대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강릉=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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