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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공중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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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1 22:54:45 수정 : 2025-09-01 22: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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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경

이건 미래이고, 손에 잡힌 건 정체불명의 노끈이다. 미래가 노끈의 형태라면 미래란 얼마나 작고 가벼운가? 아니, 미래란 왜 이렇게 헐거워져 버렸을까? 작은…… 미래, 꿈꾸던 내 모습이 아니었어. 나는 나를 볼 수도 만날 수도 없었다(미래에는 당연히 나를 만나게 되리라고 예상했는데, 어디에도 나는 없었네. 그렇다면 지금이 미래가 아니라는 소린가? 잠깐 의심했지만, 노끈이 되어 버린 미래는 여전히 손에 쥐어져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노끈을 사용한 적 없었고 무언가를 묶거나 무언가에 묶인 적 없었다. 노끈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다.

노끈은 바람에 흔들렸지만, 떠내려가지 않았다. 땅에 단단히 박힌 상태였다.

 

*

 

아무도 끈을 사용하지 않았다.

 

땅에 박혀 흙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노끈 하나를 떠올린다. 정체불명의 끈. 누군가는 이것을 자신의 미래라 한다. 끈이 되어 버린 미래라니. 당황스럽다. 또한 긴가민가하다. 그럼에도 쉽사리 놓을 수는 없어서 손에 꼭 쥔다. 땅에 반쯤 묻힌 상태로 바람에 흔들리는 끈과 그것을 꼭 붙든 한 사람. 그의 몸도 끈을 따라 이리저리 나부끼려나. 얼핏 공중제비를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두 손을 땅에 짚고 두 발을 높이 치켜들어 안간힘 쓰는 모습을 그리자니 어쩔 수 없이 서글퍼진다.

미래를 상상해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시 속 사람처럼 나 역시 나를 만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상상 속 미래는 늘 헐거운 것으로, 약간의 불안을 동반한 채로, 알 수 없는 곳에 막연히 놓여 있을 뿐이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끈 같은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너무 쉽게 버려지는 것만은 아니라면 좋겠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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