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명가능 AI' 선도 이수인 교수 “AI 연구역량은 국가경쟁력”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07-08 20:17:05 수정 : 2025-07-08 23:42:53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인공지능(AI) 연구가 발전하려면 제일 중요한 건 공공의 연구비 펀딩이다. 또 과학기술을 우대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미국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이수인(사진) 교수는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가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인 과학기술인대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19개 재외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공동 주관하며 10일까지 열린다.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들이 한데 모이는 최대 교류의 장이다. 올해는 ‘광복 80주년, 새로운 미래를 여는 융복합 과학기술’을 주제로 개최된다.

 

이수인 교수는 컴퓨터 구조 및 AI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지난해 삼성호암상 공학상 최초 여성 수상자이다. 카이스트(KAIST) 학사를 거쳐 미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설명 가능한 AI’(XAI) 연구와 의생명공학 분야에서의 응용을 선도하고 있다. 이 교수가 개발한 SHAP은 다양한 머신러닝 모델의 예측 결과를 해석하는 XAI 방법 중 하나로, 2017년 12월 논문 발표 이래 6년여간 2만여회 인용됐다. 현재는 이 숫자가 3만5000회로 늘었다.

 

XAI는 블랙박스와 같은 AI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넣었을 때 AI 모델이 왜, 어떤 경로로 특정 답을 내놓았는지 ‘설명’하고 이해하려 한다. 이 교수는 “피부암을 생각해보면 AI 모델에 피부 사진을 넣었을 때 피부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SHAP은 들어간(인풋) 데이터 중 어느 부분이 그런 결론을 내리는 데 중요했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XAI에서 ‘설명’이란 복잡한 AI 모델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며 “내 의료 데이터와 DNA를 통째로 집어넣어 복잡한 연산을 거쳐서 결과가 나왔을 때 연산 과정에서 내가 집어넣은 피쳐 중 뭐가 더 중요한 지 가르쳐주는 게 SHAP”라고 전했다. 더 중요한 데이터를 속아낼 수 있기에 XAI는 기업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XAI를 활용해 암과 알츠하이머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XAI는 A유전자가 B유전자에 어떻게 작동하고 이 B유전자가 C유전자를 어떻게 때려서 결국 알츠하이머로 이어지는지 식으로 알츠하이머의 발병 메커니즘을 알려줄 수 있다”며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약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알츠하이머 약을 발견하려면 특정 유전자를 어떻게 약화시키거나 강화시키는지 알아야 한다”며 “빅데이터를 AI에 적용하고 AI에서 설명을 이끌어냄으로써 어떻게 약을 디자인하면 될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수는 국내 AI 연구 환경에 대해서는 “(2001년 미국 유학으로) 한국을 떠난 지 오래 돼 정확히 모르지만, 과학기술 분야를 대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국내 대학 교수인 친구들이 몇년 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굉장히 상처 받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기초과학 연구 예산을 대폭 줄여 혼란이 크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관련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긴장되는 상황”이라며 “하버드대 동료 교수는 펀딩이 통째로 중단됐고 어떤 교수는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AI 연구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펀딩’이라고 봤다. 그는 “AI는 사회적으로 너무 유효하지만 풀어야할 문제가 많아서 연구를 장려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수들은 펀딩이 있어야 연구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년후 성과를 바라는 단시안적인 요구가 아닌 장기적 결과를 생각한 연구에 대한 펀딩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과학기술을 우대·장려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AI는 콘크리트처럼 확립된 학문, 반도체·통신처럼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단단한 학문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학문인데 또 곳곳에서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며 “그렇기에 AI 연구 역량은 국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독자 파운데이션 AI 모델을 만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100% 찬성”이라며 “소버린AI가 중요한 건 한국에서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하우와 전문성이 쌓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세계 최고 모델들에 문을 닫아둘 필요는 없으며 선택적으로 들여와 더 발전시키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
  • 임윤아 '심쿵'
  • 김민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