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대전시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올 연말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인권단체 등 지역시민사회단체는 대전시의 편향적이고 일방적 행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시인권센터와 대전사회적자본센터를 올해 12월까지 운영 후 폐쇄한다.
대전시인권센터는 2017년 전국 최초로 민간위탁형으로 개소한 지역 인권교육 및 홍보전문기관이다. 문을 연 해부터 대전YMCA 유지재단이 수탁 운영해왔으나 민선8기 들어 한국정직운동본부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정직운동본부가 수탁하면서 계약기간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줄였는데,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기능도 종료하게 됐다.
대전시는 인권센터 폐지 근거로 ‘업무 중복’과 ‘예산 낭비’를 들었다.
안경숙 시 소통정책과 인권증진팀 주무관은 “인권센터 사업이 시민인권교육과 인권문화 홍보사업 위주인데 사업 내용이 국가인권위원회 사업과 중복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예산 대비 효과성이 적어 올해까지만 운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가 센터를 대신해 인권증진팀의 인권 보호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팀장을 제외하면 인권증진팀에는 행정 처리, 조사 업무를 맡는 직원 등 2명이 유일하다.
김영길 대전시인권센터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 수탁하면서 1년동안만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직원들에겐 따로 알리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인권센터 운영 방향은 맞지 않는 방향으로 센터 기능을 접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직원 3명은 계약 종료와 함께 자동 해촉된다.
대전사회적자본센터도 정리수순을 밟게 됐다.
사회적자본센터는 2013년 10월에 출범했다. 지난해 말까지 풀뿌리사람들이 9년간 운영했다. 개소 이듬해부터 3년씩이던 계약기간은 올해 1월 빵 제조업체인 차오름 사회적협동조합에 수탁하면서 1년으로 축소됐다. 사회적자본센터 역시 수탁기간이 끝나면서 사라지게 됐다.
시 관계자는 “올해 차오름 사회적협동조합에 운영을 맡기면서 1년 유예기간 두고 지켜본 것”이라며 “여러 부분에서 개선점이 제시됐지만 개선 여지가 부족하다고 보고 폐쇄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수탁기관 선정 과정부터 운영 기간 내내 논란이 일었다.
대전시인권센터는 동성애 혐오와 인권차별에 앞장서 온 임의단체가 수탁한 후 성소수자 등을 혐오 대상으로 올리고, 내부 갑질 등 인권침해 의혹이 지속 제기되면서 지난 6월엔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에 해당 의혹과 관련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는 진정서가 제출됐다.
사회적자본센터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사회적자본센터는 사회통합을 위한 협치형 중간 조직이지만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빵과 장류 등을 제조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수탁기관으로 뽑혔다. 당시 마을운동 단체들이 선정 철회를 촉구했지만 대전시는 그대로 밀어부쳤다.
지역 인권단체 등은 대전시의 이같은 결정에 “이장우 대전시장의 특정 정치적 취향을 드러낸 독단”이라며 규탄했다.
지역 시민단체 등이 연합한 대전인권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조례와 시의회 승인을 거쳐 창립된 이후 5년간 이어진 대전시인권센터를 ‘업무가 중복되고 예산투입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들어 합당한 근거도, 마땅한 대책도 없이 폐쇄하겠다고 한다”며 “올해만 해도 세종시에서 인권센터를 새로 개설했으며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 등이 건립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장우 시장이 지난 2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 참석해 ‘대전시장이 되고 왜곡된 성평등 관련 과를 아예 폐지해 버렸다. 철저하게 동성애 관련, 왜곡된 것들에 대해 목사님들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인권적인 발언을 내뱉었다”고 언급하며 이 시장의 행보를 규탄했다.
사회적자본센터 직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1년의 유예기간에 대전시가 한 일이라곤, 조례에 근거한 센터 위탁에 관한 사항을 자문 및 심의하게 돼 있는 ‘사회적자본확충지원위원회’의 소집도 없이 집행부의 독단으로 센터 폐쇄 결정을 내렸다”며 폐쇄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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