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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커피와 후쿠시마 삼중수소 해양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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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14 00:59:05 수정 : 2023-06-14 00: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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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속 칼륨40 방사선 피폭효과 더 커
과도한 우려로 불필요한 어민 피해 없어야

아침을 여는 모닝 커피는 몽롱한 정신을 산뜻하게 해 준다. 출근길에 종종 들르는 커피점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보통은 커피 가루 15g 정도를 사용하는데 이 집은 진한 풍미를 위해 20g을 사용한다고 한다.

콩은 칼륨이 풍부한 음식물이다. 커피콩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칼륨의 0.012%는 방사성 물질인 칼륨40인지라 커피콩에는 미량의 칼륨40이 들어 있다.

그럼 커피 한 잔에는 방사능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20g의 커피 가루로 만든 커피 한 잔에는 약 14㏃(베크렐)의 칼륨40이 들어 있다. 커피 한 잔에서 1초에 14개의 방사선이 나온다는 뜻이다. 매일 마시는 커피에 방사능이 들어 있다니 깜짝 놀라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다른 모든 음식물에도 칼륨40을 포함한 방사성 물질이 미량 들어 있다. 당연히 우리 몸속에도 항상 들어 있다. 몸무게가 70㎏인 내 몸에는 약 7000㏃, 1초에 7000개의 방사선이 나온다.

최성민 카이스트 교수 원자력 및 양자공학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방류된 방사성 물질이 해양과 어류를 오염시켜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 수산업과 국민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해양 방류를 위한 시설이 최근 시운전을 시작했다니 그 우려는 더욱 커질 듯하다. 실제 위험성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수산업계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매우 안타깝다. 후쿠시마 해양 방류가 실제 우리나라 수산물과 국민 건강에 정말 위험한 것인지 차분히 따져 봐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하고, 제거가 어려운 삼중수소는 1500㏃/ℓ의 농도로 희석해서 바다에 방류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음용수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가 1만㏃/ℓ인 것을 보면 건강에 위해를 줄 만큼 높은 농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일반인 입장에서는 생소한 단위로 표시된 기준치와 비교하여 방사능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기준치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기준치 이하라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일반인이 좀 더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걱정 없이 매일 먹는 음식물의 방사능과 비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한두 잔 마시는 커피와 비교해 보자.

칼륨40은 섭취했을 때 삼중수소보다 방사선 피폭 효과가 340배 높다. 칼륨40 1㏃을 섭취하는 것은 삼중수소 340㏃을 섭취하는 것과 동일한 방사선 피폭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칼륨40은 높은 에너지의 베타선 또는 감마선을 방출하는 반면, 삼중수소는 매우 낮은 에너지의 베타선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칼륨40 방사능 14㏃을 동일한 방사선 피폭 효과를 유발하는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약 4700㏃에 해당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해양 방류 기준치로 희석된 물 1ℓ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 1500㏃은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방사능보다 3배 낮은 피폭 효과를 유발하는 수준이다. 과연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일까? 더군다나 방류 지점에서 수 ㎞만 지나면 많은 바닷물에 더 희석되어 삼중수소 농도는 1㏃/ℓ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는 한강, 낙동강 강물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 농도와 동일한 수준이다. 우주 방사선에 의해 대기에서 생성되어 빗물과 함께 내려와 민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아진 방사능이 우리나라 해역과 수산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다.

방사능 자체보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후쿠시마 삼중수소 해양 방류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인해 우리나라 수산업계가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후쿠시마 해양 방류로 ‘우리 어민 다 죽는다’와 같은 선동적인 주장은 실제 위험성과 관계없이 수산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뿐이다.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차분히 따져 보고, 일본 정부가 약속한 후쿠시마 해양 방류 기준치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면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우리 어민을 보호하는 길이다.


최성민 카이스트 교수 원자력 및 양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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