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에 대한 검열·통제 반발
中정부 향해 “막강해지는 힘에 비해
보잘것 없는 가치체계” 신랄한 비판
미술계엔 “태생적 결함있는 공동체
생존위해 진리·사실 추구 포기” 일갈
“인류가 직면한 정신적·시대적 위기에
예술이 변하지 않으면 송장과 같아”
국내 첫 개인전… ‘원근법연구’등 선봬

“중국 미술계는 태생적인 결함이 있는 공동체다.”
신랄한 말을 한 이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외쳐온 중국 출신 세계적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다. 그는 사진, 설치, 영화 등 여러 분야를 막론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가이자, 중국 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인권 옹호를 주장해온 ‘반체제’ 운동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중국 우한 지역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코로네이션’을 제작해 또 한 번 화제에 올랐다.
국내 비엔날레와 단체전에서 주로 작품을 선보인 그가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개인전을 연다. 지난 11일 시작돼 내년 4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아이웨이웨이:인간미래’전이다.
포르투갈에 거주 중인 그는 코로나19 탓에 한국에 오지 못했다. 대신 전시 개막에 맞춰 한국 언론과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 “갈수록 막강해지는 정치적, 경제적 힘과 보잘것없는 가치체계로 어떻게 서방 자본주의, 가치체계를 설득하고 정복하느냐”라는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중국 미술계를 향해서는 “태생적인 결함이 있는 공동체”라며 “생존을 위해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 추구와 사실 추구라는 입장을 포기했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콩의 M+문화박물관이 ‘원근법 연구’(사진)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전시에서도 제외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문화예술검열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예술가로서 ‘표현의 자유’란 어떤 의미이며 왜 중요한가.
“보통 표현의 자유는 좁은 의미로 어떤 정치환경이나 정치체제 안에서 개인이 실제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라 여기지만, 더 중요하게는 표현의 자유는 생명 본연의 속성이다.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생명의 중요한 특성, 인간으로서의 특성은 더 이상 없게 된다. 표현의 자유는 어떤 정치체제에 대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인권의 기본적 가치다. 어떤 권력이나 정치, 종교적 명분으로도 침해될 수 없는 권리다. 하지만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즉 현실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생명으로서 개체가 당연히 자신만의 특징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M+미술관 문제로 돌아가면,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홍콩 정부 산하의 문화기구가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앞으로 어느 수준의 검열을 받고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보편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에 대해서만 이러는 게 아니다. 중국은 1949년 신정부 수립 이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만을 허용했고, 대부분의 경우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당신의 대표작 ‘원근법 연구’작업을 한국에서 한다면 어디에서 하겠는가.
“바로 대답하기는 좀 어렵다. 제 작품은 모두 즉흥적으로 제작된 것이며, 따로 계획한 것이 아니다. 제가 도착한 곳에서 셀프 촬영을 했던 것이며, 언젠가 한국에서도 그렇게 찍고 싶다.”

-팬데믹이 일상생활과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을 무렵 로마에서 새롭게 각색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만들고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사태가 막 폭발했다. 공연을 앞두고 이탈리아 정부가 이 공연을 갑자기 취소해 충격이 컸다. 내년 3월에 다시 공연할 예정이다.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모로 제한된 생활을 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와 문화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을 제한하는지도 봤는데, 정부가 개인이 스스로의 생명을 관장하는 일에 제한을 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의 기본권으로, 생로병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정부가 과도하게 권력을 사용했고, 중국이 가장 심했다. 그들은 군사적인 방식으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예술가로서 저는 제약이 많은 환경에 잘 적응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정치 난민으로서 많은 제약을 받았지만, 그래도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바퀴벌레’, ‘로힝야’, ‘코로네이션’이다. 네 번째 다큐멘터리인 ‘나무’도 이미 완성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예술이나 예술가의 역할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예술이나 예술가에게 정해진 역할은 없다. 만약 역할이란 것이 있다면 인류의 환경이나 인류가 처한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것일 테다. 예술의 역할은 변한다. 인류가 직면한 정신적·사회적 대위기 상황에서 예술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건 송장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예술은 이미 반은 죽은 상태이고, 예술에 관한 이론이나 미학, 철학적 사유는 마비 상태다. 이렇게 큰 인류의 고난과 불안에 대한 예술의 반응은 너무나 미약하다. 한국에 전시된 ‘검은 샹들리에’(사진)는 사람의 두개골과 인체의 골격을 가지고 만들었다. 이것은 죽음에 직면한 어둠 속에 있는 인류를 묘사한 것이다.”
-시진핑 체제 강화가 중국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예술계가 더 나아지지 않겠지만, 바이든이 중국 대통령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할 것이다.”

-중국이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다른 종류의 미디어 작품을 시도할 수 있나.
“예술은 문제와 모순으로부터 나오고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정치환경이 엄혹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면 작품이란 것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어떤 채널이나 미디어를 통해 국제 이슈를 파악하나.
“나 스스로가 바로 국제 이슈다. 내 생명, 생명에 대한 이해, 내가 처한 상황이 세계적 문제의 일부분이다. 나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을 인터넷 공간에서 보내고, 거기에서 이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본다.”
-‘코로네이션’을 제작한 동기는. 상영 후 불이익을 당했나.
“‘코로네이션’을 비롯해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모두 기록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에 증언을 남기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도 있었다. 유럽에서 팬데믹이 심각해지던 시기에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지인 우한의 상황을 다룬 ‘코로네이션’을 완성했고, 유럽이나 미국 주요 영화제에서 상영하려 했다. 처음에는 다들 반겼지만 결국 모두 거절했다. 이 사건은 현재 중국의 국가 위상이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환경과 중국 시장에 대한 그들의 요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중국은 유럽,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모든 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가로서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표현의 자유를 이미 얘기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 생명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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