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 그는 1798년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는다’고 경고했다. 인구 증가를 가져오는 결혼도 미뤄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당시 영국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맬서스의 유령’은 전 세계를 휘젓고 다녔다. 맬서스의 시대 이후 세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일로를 걸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1960년대 우리나라의 출산 억제 캐치프레이즈였다. 베이비붐(1955∼1974년)이 일고 맬서스의 저주까지 겹치면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가 등장했다. 1980년대엔 아예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장려하고 나섰다. 맬서스의 예언은 ‘저출산=재앙’시대가 도래하면서 엉터리임이 드러났다.
가장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을 펴온 곳은 중국이다. 부부의 피임이나 결혼적령기까지 개입하고, 이를 어기면 아이를 호적에도 올리지 못하게 했다. 인권침해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던 중국이 셋째 자녀 출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 자녀 정책’ 도입 이후 40여년 만이자, 두 자녀 허용 정책을 내놓은 지 5년 만이다. 저출산·고령화 탓이다. 중국의 제7차 인구센서스를 보면 2020년 본토 인구가 14억1178만명으로 10년 동안 0.53% 증가했다. 출생자 수는 1200만명에 그치며 4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중국보다 먼저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일본은 강력한 출산 장려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혼인 자체가 줄다 보니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을 고난한 구직활동(就活·슈카쓰)에 빗대 ‘곤카쓰(婚活)’라고 부를 정도다. 혼인 건수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AI 중매’까지 등장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집값 급등에 따른 과도한 결혼비용 부담과 자녀 교육비. 중국의 혼인율 감소 이유가 한국과 유사하다는 게 께름칙하다.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16년간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272조원을 쏟아부었다. 돌아온 건 합계출산율 0.84명이라는 압도적 세계 1위 타이틀이다. 아이를 위한 정책도 좋지만, 키우는 행복을 느끼도록 부모에 맞춘 정책을 세우는 게 시급한 과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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