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시사했으나 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연내 개최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또 모를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불가역적 중대조치’를 만남의 조건으로 들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지금 수뇌(정상)회담을 한다면 또 그것이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치적용’ 회담은 안 하겠다는 얘기다. 연내 정상회담은 북한에 “무익하다”고도 평가했다.
김 제1부부장은 그러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협상 재개와 타결의 조건을 베트남 하노이 2차 회담 추진 당시보다 대폭 올려 거론했다. “‘비핵화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북·미) 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불가역적 중대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탁에 올랐던 일부 제재 해제와 우리 핵 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고 못박았다. 이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제안이었던 ‘유엔 안보리 제재 5개 해제와 영변 핵시설 폐기 맞교환’은 안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현지시간) 외신기자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북·미가 고위급 회담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정상회담보다 낮은 수준에서든지, 아니면 적절하고 유익한 활동이 있을 경우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모이든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언제 할지에 대해서는 오늘은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홍주형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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