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단순히 머리가 아프다며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하면 지금보다 두 배가량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뇌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뒤 이용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자궁·난소 등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 항목은 단계적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여성 생식기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및 손실보상 방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과제 재정 모니터링 현황 △가정형 호스피스 수가 신설 등의 안건을 보고받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른바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연간 4조5000억원의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추계했다. 실제 집행은 연간 3조8000억∼4조원으로, 계획대비 85∼88%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항목은 과다이용 현상이 나타나 결국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뇌·뇌혈관 MRI가 대표적이다. 당초 뇌 MRI 건보 적용 후 연간 1642억원 지출을 예상했는데, 실제 2730억∼28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수요를 과소 추계한 것도 있지만, 급여화 후 동네 병·의원의 두통·어지럼 등 경증 진료비 증가율이 대학병원보다 4∼10배 많아지는 등 동네 병·의원에서의 MRI 검사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일반적인 두통·어지럼으로 MRI 검사를 하는 경우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한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뇌압 상승 소견이 있어 뇌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는 지금처럼 본인부담률 30∼60%를 적용한다. 뇌 MRI 비급여 검사비용을 66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신경학적 검사 이상 증상이 있는 경우 11만100원, 일반 두통인 경우 22만300원으로 차이가 나게 된다.
두통·어지럼 등 경증으로 MRI 검사를 할 때 병원이 중증질환에서 필요한 복합촬영을 남용하지 않도록 복합촬영 수가도 기존 최대 300%에서 200%로 낮춘다. 분기별로 검사 건수가 많은 의료기관은 점검 후 주의 조치할 방침이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약 700개 급여화 항목들의 재정 지출을 모니터링하고 수시로 조정을 하고 있다”며 “뇌 MRI는 규모가 큰 건이어서 건정심에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건정심은 내년 2월부터 자궁·난소 등 여성생식기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의결했다. 여성생식기 초음파는 전체 진료의 약 93%가 비급여로, 연간 3300억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었다. 건보 적용 후 평균 4만7400∼13만7600만원이던 의료비는 최초 진단인 경우 2만5600∼5만1500으로 2분의 1 수준, 시술·수술 후 경과 관찰인 경우 1만2800∼2만5700원으로 4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밖에 유리 파편 등을 여과하는 주사필터, 췌장·피부암 치료 등 중증질환 분야 의료행위·치료재료 104개 등도 급여화하기로 했다. 가정에 호스피스팀이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형 호스피스 사업은 수가를 신설해 내년 3월 도입된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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