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는 지난날 서정시나 리얼리즘 시로부터 벗어나 있는데, 주제주의, 소재주의가 아닌 일종의 ‘정서주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모호한 멜랑콜리, 애매하고 정체 불분명한 낭만적 분위기, 자폐적 혼잣말, 언어유희의 경향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 아쉬움 가운데에는 평론가와 일부 독자를 의식한 젊은 시인들의 전략적 시 쓰기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포함됩니다.”

그 역시 젊은 시인인 문학평론가 이병철(35·사진)이 이즈음 젊은 시인들에게 ‘아픈 말’을 서슴지 않았다. 2014년 ‘시인수첩’ 신인상에 시가 당선돼 ‘오늘의 냄새’라는 시집을 상재한 데 이어, ‘작가세계’ 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한 지 5년 만에 펴낸 첫 평론집 ‘원룸속의 시인들’(새미)에서 밝힌 견해다. 그는 자신 또한 자발적으로 반성한다는 전제 아래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이것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것도 할 수 있는데 이게 먹히니 이것만 하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직무 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시의 위기는, 대중의 외면이나 세대 취향의 변화, 시장의 위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세대, 시장에 맞춰 일회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시 매춘에 있다”면서 “평단의 취향보다, 시대를 주도하는 스타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시에 대한 시인 스스로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평론가와 대중, 제도의 눈치를 보지 말고, 평판이나 주목, 상업적 성공을 의식하지 말고 동물처럼 시를 쓰자고 감히 제안”하면서 “굶주린 맹수처럼 시에 주린 단독자들이 되어 저마다 은거할 굴, 사냥감을 저장할 아찔한 벼랑 하나씩 만들어두자”고 ‘우리 젊은 시인들에게’ 호소했다.
이병철은 “2000년대 시인들은 그래도 ‘미래파’라는 아파트먼트에 공동 입주할 수 있었는데, 2010년대 젊은 시인들은 개별화된 공간의 개별자들로서 원룸에 기거하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않고, 전위라 할 만한 파격도 없지만 서로 닮아 있지 않으며 문학적 가치를 떠나 나름대로 다양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풍경과 언어 사이 그 낙차 어딘가에 시가 있다”면서 “원룸과 세상 사이의 낙차 어딘가에서 이 글을 썼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