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적폐청산 수사도 피의사실 흘려 ‘여론재판’ 하는 검·경

입력 : 2019-05-27 19:06:24 수정 : 2019-05-27 23:41: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불법적 수사관행 여전” 비판/ ‘삼바 사건’ 관련 JY 통화녹음 등/ 증거인멸 한 것처럼 언론에 유출/ 무죄 판결받아도 ‘명예회복’ 불가/ ‘국정원’ 수사 땐 피의자 신상 공개/ 이재수 前 사령관 등 3명 극단선택/ 경찰도 승리 수사 때 정보 유출해/ 법조계 “인권보호 의지 없어” 지적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관행은 일종의 ‘수사기법’으로 둔갑했고, 피의자는 판사 앞에 서기 전에 ‘여론재판’을 받아 죄인으로 낙인찍힌다는 비판이다. 설령 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훼손된 명예는 회복할 길이 없어 검찰 수사를 받은 경험을 가진 이들은 피의사실 공표가 ‘인격살인’이라며 치를 떤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가 최근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 사건 관련 피의사실이 연일 중계방송되다시피 유출되고 있다. 이를테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내용이나, 부하 직원들이 ‘JY’ ‘미전실’ ‘부회장’ ‘VIP’ 등 내용이 담긴 자료를 키워드 검색 기능을 활용해 선별적으로 삭제했다는 정황 등 수사팀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여과 없이 공개되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구체적 범행 수법까지 기정사실처럼 언론을 통해 발표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이라면 조직적 증거인멸이지만, 향후 법원이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면 개인과 기업이 입은 타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육성 녹음이나 검색어 관련 부분은 이미 기소된 관련 사건 피고인의 공소장을 근거로 일반에 공개된 것으로 보이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 수사뿐이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상징처럼 부각되는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도 검찰의 과거 나쁜 관행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각종 피의사실이 유출된 것은 물론 국가정보원 수사팀 가동 당시인 2017년 각종 적폐청산 수사를 이어가며 피의자 소환 일정이 미리 공개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수사팀은 일부 피의사실을 유출해 피의자가 기소도 되기 전 법원이 유죄 심증을 갖게 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그해 10월 수사 선상에 올랐던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를 시작으로 11월에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12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차례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 역시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만간 검찰로 송치될 것으로 보이는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 이승현(29·예명 승리)씨 수사 과정에서 사건과 관계없는 영화배우 차태현씨의 내기 골프 여부 등이 언론에 노출됐고,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피의사실 공표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근절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약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원칙에 위배되는 피의사실 유출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취지가 담긴 지휘 서신을 검찰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검찰은 공공연히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피의자 인권을 강조하는 이른바 ‘인권 검찰’을 표방하는 점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이라는 권한 다툼에서는 이기려 들면서 정작 실무에서는 인권 보호 의지가 없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는 “수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자신들 필요에 따라 피의사실을 유출하는 속내가 빤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카리나 '해맑은 미소'
  • 카리나 '해맑은 미소'
  • 박은빈 '반가운 손인사'
  • 전지현 '단발 여신'
  • 아이유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