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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체험 박원순 시장님,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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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8 03:00:00 수정 : 2019-04-17 17: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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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의 / 성중기 시의원 "강남 역차별 심각" / 박 시장 "부동산 시장 충분히 안정 안돼"
1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임시회 시정질의 모습.

“지난 여름 옥탑방에서 민생 체험하시면서 시민 애환 몸소 체험하고 지역 현안 느끼신 것 높이 평가합니다. 올 여름, 주차난, 배관 누수 생기는 저런(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의 삶 체험할 생각 있으십니까.”(성중기 서울시의원)

 

“저는 이미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10년 살았습니다.”(박원순)

 

“우리 압구정 주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녹물 마십니다. 오늘날 현대아파트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툭하면 강남북 균형발전, 역차별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오히려 강남 역차별이 훨씬 심각합니다. 교육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주거환경도 그렇습니다.”(성 의원)

 

17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의에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 재건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성중기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강남1)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왜 압구정 현대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이 확정고시되지 않고 있는가’ 따져 물었다. 그러나 재건축 필요성을 설파하다보니 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 아파트가 ‘밤잠 설치게 하는 주차난, 빨래도 못할 정도의 녹물, 아랫집 배관 누수’ 3박자를 갖춘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으로 강등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배수관 터져 누수…빗물 스며드는 게 일상”

 

성 의원은 “2012년 현대아파트 11층 화재 당시 소방차와 구급차 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만약 한밤 중에 긴급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통로로 구급차가 들어갈 수 있겠는가. 주민들은 비상 화재나 응급상황 발생시에 골든타임을 놓칠까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노후시설로 잦은 정전에 시달리는 압구정 주민들에게 속초 화재는 남의 일로만 생각되지 않는다”며 “수도관을 틀면 한동안 붉은 물이 나온다. 물을 마시기는커녕 빨래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낡은 배수관이 곳곳에서 터지거나 갈라져 아랫집 누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외벽과 옥상에서 빗물이 스며드는 것도 일상”이라고 전했다. 

 

성 의원은 서울시가 2016년 기존 정비기본계획을 예고 없이 지구단위계획으로 변경한 뒤 이를 2년 넘게 확정하지 않는 데 대해 비판했다. 서울시는 2011년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을 지정하면서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최고 50층까지 허용했으나 2016년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최고 35층으로 층수 제한을 뒀다. 그는 “주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서울시 행태도 놀랍지만, 2018년 19차례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현대아파트가 단 한번도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 꽹과리 칠줄 모르는 게 아냐” 

 

성 의원은 또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벌어진 강남구 은마아파트·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시위를 의식한 듯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꽹과리 칠 줄 모르고 데모할 줄 몰라 점잖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서울시 행정을 신뢰하기에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무엇 때문에 (지구단위계획안이) 상정이 안 되고 있는지 향후 어떻게 되는지 깜깜하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여기가 워낙 중요한 곳이고, 거의 신도시에 버금가는 광대한 면적을 갖고 있기에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2017년 12월 도시건축공동위 보류 이후 주민대표 면담을 20회 이상 했고, 강남구와도 5회 정도의 공식 협의체 회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성 의원의 ‘강남 역차별’ 주장에 대해서는 “강남 주민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강남 발전 과정에서 정부·서울시가 얼마나 집중해서 강남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다했습니까”라며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서울에서) 열 손가락 중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며 “압구정 현대와 그 옆 한양아파트에서 10년을 살아서 눈에 선한 곳인데 가능하면 (강남북) 서로 균형을 맞춰서 서울이 개발되게 하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갖고 있다”며 “추호도 일부러 압구정동 일대의 노후 아파트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 “부동산 시장 충분히 안정 안돼”

 

박 시장은 또 현재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집값 많이 안정돼 있지 않는가. 더 떨어지길 기대합니까”라고 질의했다. 부동산 시장 파급효과를 우려해 서울시가 재건축 고삐를 죄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반영한 질문이다.

 

박 시장은 “제가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신문에 난다”며 “지금 부동산 안정이 충분히 이뤄졌다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을) 영원히 늦출 수 있는 건 아니고, 잠실5단지 때도 그랬지만 이곳이 굉장히 큰 지역이고 재건축이 잘 이뤄지면 서울의 얼굴을 바꾸는 중요한 프로젝트이기에 서둘러서 강남 개발되던 시대와 같이 난개발 비슷하게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지어선 안 된다)”며 “완전히 새로운 규모를 가진 하나의 신도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정말로 깊은 연구와 충분한 교감과 준비를 거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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