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예능 ‘한끼줍쇼’는 '국민 MC' 이경규(사진 오른쪽), 강호동(〃 왼쪽)과 매회 다른 출연자가 일반 가정집을 방문해 함께 저녁 한끼를 먹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순도 100% 리얼 무섭외’를 표방하며 폭염과 폭우, 눈보라 속에서도 집집이 초인종을 눌러 ‘저녁 한끼’를 구한다. 때로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때로는 애절하게 한끼를 구하는 그들의 호소에 밑줄을 그어 본다.
“오늘 저녁, 저의 식구가 되어 주실래요?”
‘식구’(食具)의 사전적인 의미는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이다. 홀로 먹는 ‘혼밥’이 대세이고, 한집에 사는 가족이라고 해도 제대로 얼굴 한번 보기 힘든 시대다. 실제로 지인의 가족은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고 난 뒤 밥은커녕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마 무시한 벌금을 걸고, 한달에 한번 약속을 정해 일부러 밥을 같이 먹는다. 벌금의 힘인지 석달 정도 이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지인은 식구끼리 함께 밥을 먹으며 그간의 생활 이야기, 친구관계,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성장해나가는 자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끼를 때우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밥을 함께 먹으며 서로 생각과 시간, 취향을 나누는 일종의 ‘의식’이다.
우리는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겨 약속을 잡는 이는 많지 않다. 바쁜 스케줄도 문제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한 현대인의 심리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려면 특히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메뉴 선정부터 장소 섭외, 지역 선택까지 상대의 취향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시간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취향’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밥 한끼 먹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여길 수 있다.
어떤 사람과 밥을 먹으며 편안해진 분위기에서 나누는 대화는 카페에서 만나 차 한잔을 나누는 그것과 조금 다르다.
이번 주말에는 오래된 친구,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눠보며 미처 몰랐던 그들의 ‘취향’도 알고, ‘시간’을 나누며 새로운 ‘추억’과 ‘기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저랑 밥 한끼 함께하실래요?”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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