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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업계 규제에 발묶여 ‘우물안 신세’

입력 : 2017-06-01 20:48:55 수정 : 2017-06-01 21: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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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 성장동력 못 찾아 / ‘의료행위’ 범위·구체정의 불명확 / 헬스케어 연계보험 필요성 불구… 법적분쟁 우려 새 상품 개발 못해 / 해외선 병원·ICT업체 등과 협약 / 보험·건강관리 연계상품 개발 붐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 업무집중력이 떨어지고 두통이 심해지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던 중국인 치엔(30·가명)씨는 지난해 보험회사 ‘메트라이프 생명’(중국법인)을 통해 수면관련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차고 다니면서 몸 상태, 숙면에 도움이 되는 각종 실생활 조언들을 보험사와 연계된 병원 의사들로부터 전해 듣는다. 7시간 이상 ‘꿀잠’을 자면 보험료가 대폭 절감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애주가이지만 숙면에 좋지 않다는 술도 끊었다.

최근 해외 보험사들이 각종 의료법인,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보험에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한 각종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업계에도 바야흐로 4차혁명 바람이 불어 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핀테크 보험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보기술(IT)벤처와 병원은 물론 약국체인, 빅데이터 회사, 인공지능(AI) 개발업체, 학계와의 협약을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은 평소 사소한 생활습관상 문제가 질병을 유발한다고 보고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생활습관개선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스미토모생명은 지난해 7월 소프트뱅크, 남아프리카의 보험회사 디스커버리와 제휴해 계약자의 건강상태와 운동량을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측정해 보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해주는 상품개발에 착수했다. 중국에서는 평안보험이 앱을 통해 제휴 의사들과 원격 의료상품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도 타사와 차별성을 갖기 위해 기존보험 상품에 ‘자택간호서비스’, ‘몸매관리프로그램’ 등을 함께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보험사들은 핀테크와 접목한 헬스케어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국내 의료법에서는 ‘법에서 지정한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 외에는 의료행위를 일절 제공할 수 없다’는 조항이 나오는데 ‘의료행위’의 범위와 구체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 의료업계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국내 보험사에서 상품개발을 하고 있는 A씨는 “의료법에서 말하는 ‘의료행위’ 가이드라인이라도 정해져야 헬스케어 도입이 활발해질 텐데 아직 법적인 논의조차 없다”며 난감해했다. 10년 넘게 보험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B씨는 “보험업법상 보험계약자에게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데 헬스케어서비스가 이러한 특별이익 제공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은 헬스케어를 보험과 연계시키지 못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하고 있다.

‘교보 라이프 플래닛’은 녹십자헬스케어와의 제휴를 통해 사망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부모 사망 시 자녀들이 겪는 정서적,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랩지노믹스와의 제휴를 통해 유전자를 분석해 개인별 건강관리 솔루션도 제공 중이다. 삼성화재는 다양한 병원과의 제휴를 통해 매달 평균 300여명에게 1:1 건강상담과 건강검진우대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헬스케어 도입을 의료민영화와 연결 짓는 여론도 부담이다.

김헌수 순천향대학 보험IT학과 교수는 “전문 의료법인과의 제휴를 통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의료민영화로 보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해 법적인 수준에서 어떤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경희 보험개발원 조사국제협력팀장은 “4차 혁명이 신산업을 창출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은 해외 보험업계에서도 증명되고 있다”며 “보험설계사는 대폭 감소하고 있지만 건강코치, 헬스테라피스트, 헬스케어 빅데이터 전문가, 헬스케어 원격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직군들이 늘어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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