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마해라! 초콜릿 마이 묵었다아이가"

입력 : 2015-02-13 16:38:07 수정 : 2015-02-13 16:44:33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의리초콜릿, 밸런타인데이가 진화하고 있다?”

이제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들간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아닌,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날로 변질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밸런타인데이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함께 근무하는 남성직원들이 ‘밸런타인데인데 초콜릿도 안주냐’며 빈정거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일부 직원들에게만 초콜릿을 줄 수는 없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줄 경우 ‘누구를 좋아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와 비아냥을 받기 쉬워서다. 그렇다 보니 친하지도 않은 직원들에게까지 어색하게 초콜릿을 챙겨야 하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 이날 직장 여성들은 경제적 부담도 있지만, 심리적 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초콜릿 하나로 직장 전체의 분위기가 좋을 수도 있지만, 예민한 여성들에게는 고통의 날이 될 수 있어서다.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어차피 밸런타인데이가 하나의 정착된 문화라면 남녀 구분 짓지 않고 부서원들끼리 각출해 간식거리로 초콜릿이나 초코과자 등을 사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날로 정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 비싼 초콜릿 선물해야 미덕? '돈이 최고'라는 잘못된 가치관 유포

최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보면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관련 제품이 산더미처럼 진열돼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는 이제 20·30세대 사이에서 반드시 기념해야 하는 날로 자리잡았고, 기업들은 갖가지 홍보이벤트를 벌이면서 관련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밸런타인데이가 연인들끼리 마음의 선물을 주고 받는다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모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선물용 초콜릿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대기업 계열사는 서울 강남에 수입 초콜릿 전문 매장을 열고, 80만원 상당의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구입하기에 부담되는 금액이다. 초콜릿 판매 업체들은 젊은 층에게 마치 비싼 초콜릿을 선물해야만 미덕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들에게 ‘돈이 최고’라는 잘못된 가치관과 상대적 박탈감을 유포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콜릿 포장제로 인한 환경 오염도 문제다. 각양각색의 고급 재질로 된 초콜릿 포장지들이 한번 쓰이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밸런타인데이는 국적이 불분명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별다른 교육적 효과도 없다. 청소년 관련 한 전문가는 “밸런타인데이가 상술에 의해 지나치게 변질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낭비성 소비행태를 부추기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상술 마케팅은 자제하고 우리 미래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들에게 좀 더 건전한 문화여건 조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밸런타인데이와 무관한 상품 끼여 팔기도 기승

이와 함께 밸런타인데이에 선물로 주는 초콜릿 외에 85만원짜리 남성용 명품 브랜드 시계를 내놓았는가 하면, 밸런타인데이와 무관한 (가정용)게임기를 10~20% 정도 할인 판매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혀 상관없는 상품에 밸런타인데이를 붙여 판매하는 상술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일부 인터넷쇼핑몰은 고가 상품으로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A업체는 장미꽃으로 장식된 초콜릿 한 상자를 12만원에 판매하는 등 대부분의 초콜릿이 5만원을 넘나드는 고가다. B업체의 경우 최고 179만원짜리 커플링을 내놓았으며, 화병과 장미꽃·케이크를 15만원에 팔고 있다. C사의 경우 밸런타인데이용 선물인 초콜릿은 4개만 내놓고 구색을 맞춘 뒤 의류 및 화장품·완구·전자제품 등 70여가지 상품을 대부분 50%이상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는 등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겨냥했다.

이 같은 유통업체들의 과도한 밸런타인데이 마케팅으로 이제는 ‘안티 밸런타인 모임’도 생겨났다. 아울러 밸런타인데이에 치여 우리의 전통명절인 정월대보름이 잊혀져 가고 있다. 건과류와 나물류가 팔리지 않고 있어 농민들은 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경기 불황에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기회를 활용해 매출확대를 모색하는 것은 유통업체들의 당연한 마케팅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별다른 의미도 없는 행사에 사회적인 기준을 넘어선 과도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거나, 지나친 상혼 등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 직장인 70%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부정적"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여성은 초콜릿을 주고 싶어 하고, 남성은 현금을 받고 싶어하는 등 남녀 간 시각차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직장인 503명(남성 262명·여성 241명)을 대상으로 ‘밸런타인데이가 필요할까요’라고 물은 결과 52.9%가 ‘상술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답한 남성(53.8%)이 여성(51.9%)보다 약간 많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없어져야 한다’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응답도 각각 10.3%, 6.4%로 나와 전체 응답자의 69.6%가 밸런타인데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녀 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답은 30.4%였다.

그래서인지 밸런타인데이 때 하는 데이트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는 답변이 전체 74.8%를 기록했다. ‘밸런타인데이를 안 챙긴다’는 직장인도 10.7%였다. 응답자의 8.3%만이 ‘특별한 이벤트를 한다’고 했다.

◆ "대실 안됩니다! 이날은 숙박만 가능해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일부 젊은 세대의 그릇된 성(性)의식을 노린 숙박업계의 상술도 판치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는 밸런타인데이 성수기를 노려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가 하면, 일부 온라인사이트에선 나이조차 확인하지 않고 ‘19금’인 호텔 등의 숙박상품을 판매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사이트에는 밸런타인데이 당일을 포함해 일정기간 내에 사용할 수 있는 호텔 숙박권이나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상품을 등록한 각 업체들은 '밸런타인 패키지'라는 신개념 상품까지 내세우며, 젊은 연인들이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것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19세 이상 가입자에게만 판매되는 성인용품 등과 달리, 숙박상품은 구매에 별다른 나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사이트도 있어 청소년 커플들도 쉽게 숙박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숙박업소는 밸런타인데이 특수로 평소 주말보다 요금을 더 높여 받고 있는데도 이미 대부분 예약이 꽉 찼다. 숙박업소의 정보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는 한 사이트에 등록된 모텔 대부분도 밸런타인데이 당일 예약이 완료됐다. 실제 서울 도심 D모텔의 경우 4만원에 해당하는 일반실부터 12만원의 파티룸까지 예약이 찼으며, 수도권의 E모텔도 ▲일반실 ▲특실 ▲스위트룸까지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카리나 '해맑은 미소'
  • 카리나 '해맑은 미소'
  • 박은빈 '반가운 손인사'
  • 전지현 '단발 여신'
  • 아이유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