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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스터고’ 고릴라 링링, 흥행 홈런 날릴까 ‘두근’

입력 : 2013-07-17 17:37:00 수정 : 2013-07-17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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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말이 되게’ 만든 김용화 감독의 저력이 돋보이는 영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 제작 덱스터스튜디오, 배급 쇼박스 미디어플렉스)가 17일 국내 개봉했다.

김 감독은 ‘극사실주의’ 고릴라 표현을 위해 ‘덱스터스튜디오’라는 VFX(특수 시각효과) 전문회사까지 설립했다. 한국과 중국의 자본을 끌어들인 끝에 약 225억원의 순제작비, 그리고 3년 반이라는 제작기간을 들여 한국영화사상 전무후무한 3D 디지털 대작을 만들어냈다.

우선, 이 영화에는 인기스타나 톱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 충무로에서 ‘씬스틸러’ ‘명품조연’으로 잔뼈가 굵은 배우 성동일이 극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중국의 16세 여배우 서교(쉬자오·徐娇)가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100% 순수 국내 디지털 기술로 완성된 ‘링링’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어떤 톱스타의 출연도 부럽지 않다. 실제 이 고릴라 한 마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제작진은 12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사용했다. 고릴라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 털 한 올까지 실제에 가깝게 구현해내야 한다는 김 감독의 철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기술과 비주얼에만 치중하다보니 스토리가 허술한 것도 아니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 전작들을 통해 알 수 있듯, 김용화는 독특하고 기발한 소재 외에도 내용과 플롯에 많은 신경을 쓰는 감독이다. 그는 수차례 “3D 말고 2D로도 이 영화를 감상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만큼 이야기에 자신 있다는 뜻이다.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12세관람가 등급의 영화에서 심오한 주제나 철학, 작품성을 기대하는 관객은 아마 드물 것. 다만, 김 감독은 야구하는 고릴라가 묵묵히 소녀를 지켜내는 방식, 15세 소녀가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외롭고 돈밖에 모르던 스포츠 에이전트가 자아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한국적 정서가 영화 전체를 에워싸지만, 애초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영화인만큼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코드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리고 그 미덕은 바로 고릴라 링링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고릴라 링링의 귀엽고 순수한, 그러면서도 듬직한 매력에 빠져드는 순간, ‘미스터고’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곧바로 호감으로 돌아선다. 대체 이 고릴라가 현실 속에 있는 건지,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건지 2시간 넘게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헷갈리게 되는 것 또한 ‘미스터 고’의 큰 장점이자 매력.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냉정한 프로야구의 비즈니스 세계를 풍자하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의 더불어 사는 진정한 가치를 곱씹게 만드는 영화의 글로벌한 주제는 큰 눈물까지는 아니더라고 먹먹한 감동을 남긴다.

‘미스터 고’는 17일 국내 개봉을 시작으로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전역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세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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