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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오빠들,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돌아왔다

입력 : 2013-05-08 11:49:08 수정 : 2013-05-08 11: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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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장미여관’ 1집 앨범 발표
2012년 ‘톱밴드2’서 ‘봉숙이’로 반전매력
정규앨범서 30∼40대 욕망 경쾌하게 노래
“먹으면 개운해지는 김치 같은 음악 하고파”
“연애에 대한 고발성 노래예요. 남자와 여자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었죠.”

2012년 인디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룹 장미여관(강준우·육중환·임경섭·윤장현·배상재)이 1집 앨범 ‘산전수전 공중전’을 들고 돌아왔다. 장미여관은 지난해 KBS ‘톱밴드2’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프랑스어로 둔갑한 노래 ‘봉숙이’로 화제의 중심에 선 밴드. 8강 무대를 끝으로 내려왔지만 1등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앨범 제목처럼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30∼40대 청춘의 욕망을 솔직하게 담았다.

최근 소속사 록스타뮤직앤라이브에서 만난 장미여관은 “연애에 대한 남자의 마음을 포장 없이 노래했다”고 전했다. 장미여관의 매력을 1집에 수록된 노래 제목을 통해 살펴봤다.

♬봉숙이… 반전매력

“야 봉숙아 말라고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스 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봉숙이’를 다소 느끼하게 발음하면 프랑스어 ‘봉주르’(안녕하세요)처럼 사르르 입 안에서 굴러간다. 우연히 경상도 사투리와 프랑스어의 유사성을 발견한 장미여관은 톱밴드에서 가사에 잔뜩 기름칠해서 불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프랑스어로 둔갑시킨 이들의 반전 매력은 대중과 통했다.

장미여관은 1집 앨범에서 이런 매력을 한층 강조했다.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선율은 따뜻한 이미지로 귀를 사로잡지만 그 내용은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어요”다. 보사노바 리듬에 어울리는 산뜻한 노랫말을 기대했던 사람에게 장미여관은 질펀한 욕망을 들려준다. “부담스럽지 않은 옆집 형” 같은 외모를 지닌 멤버들이 TV에서 내세우는 밴드의 정체성은 ‘비주얼 록밴드’다. 강준우는 “톱밴드 예선전 때 ‘저 아저씨들은 뭐지?’ 하는 시선을 받았지만 우리들은 하얀 양복에 빨간 꽃을 곱게 달고 노래 불렀다”고 말했다.

♬서울살이… 공감대

장미여관은 자신의 매력으로 ‘공감대’를 꼽았다. 경상도·전라도 등 지역에서 올라온 이들은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서럽지 않게 들려준다. “만만치가 않네 서울 생활이란 게 이래 벌어가꼬 언제 집을 사나”라고 노래하는 멤버들은 “서울 아가씨 꼬셔서 장가가리”라고 다짐한다. 시골 총각 같은 편안한 이미지는 남녀노소에게 통했다. 장미여관 팬 중에는 7080가요를 좋아한 중장년 세대도 많다. 실제로 총각 때 ‘봉숙이’를 좋아한 한 남성은 1월 공연을 마친 장미여관 대기실에 찾아와 멤버들에게 5만원을 쥐여주며 “덕분에 옛 생각이 났다”며 멤버들을 응원했다고 한다.

지난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KBS ‘톱밴드2’에서 재치가 돋보이는 노래 ‘봉숙이’로 인기를 얻은 밴드 장미여관이 1집 앨범 ‘산전수전 공중전’을 발표했다.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오래된 연인… 15년간 묵힌 내공

장미여관에게 음악은 15∼20년 곁에 둔 ‘오래된 연인’이다. 이들은 ‘월드 스타’가 된 싸이처럼 보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단순히 웃겨서 뜬 건 아니었다. 스무 살 무렵부터 음악을 시작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서른다섯. 육중환과 강준우는 부산 카페·클럽에서 10년간 노래를 부른 뒤 5년 전 서울로 올라왔고, 윤장현은 서울 홍대 인근에서 인디밴드 3∼4개를 거치며 베이스를 쳤다. 배상재는 ‘세션맨’으로 활동했고, 임경섭은 부산예술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강준우는 “식당에서 손님이 쇠고기를 먹으면 후식으로 바로 앞에서 노래 불러주는 아르바이트도 했다”며 “언제나 고객이 원하는 노래를 불렀지만 내 노래를 하고 싶은 꿈을 잃지 않았다. ‘카바레(무대가 있는 주점) 밴드’ 이미지는 과거 생활에서 묻어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대중에 이름을 알린 장미여관의 새로운 목표는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음악을 하는 것. 배상재는 “김치 같은 음악으로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고 싶다. 밥과 달리 김치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먹으면 개운해지지 않나. 우리 음악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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