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등을 겪으며 절대빈국에 처한 한국이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농업기술을 원조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처럼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현지에서 농업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의 원조를 펴고 있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케냐 등 아프리카 18개국, 베트남 등 아시아 12개국, 파라과이 등 중남미 4개국 모두 34개국에서 현지 맞춤형의 농업 기술을 전하고 있다.
![]() |
농촌진흥청 직원들이 지난해 10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현지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통일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알제리에 한국형 씨감자(감자 종자) 생산기술을 전파한 일이다. 1962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알제리는 내전 등으로 농업 기반이 붕괴돼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주식인 감자의 경우 기술 부족으로 병에 걸리지 않은 씨감자를 매년 8만t씩 수입해 농사를 짓는 상황이었다.
농진청 등은 2007년부터 알제리에서 씨감자 생산기지를 건설해 조직배양과 수경재배 등 씨감자 생산 핵심기술을 지원했다. 이 기술로 알제리는 2009∼2011년 3년 동안 9만4000개의 씨감자를 생산하는 데 성공해 사막 기후에서도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또 지난해 7월부터는 아프리카 18개국에 소 인공수정기와 동결정액을 만들 수 있는 기기를 지원하고, 인공수정 기술까지 교육했다. 아프리카에서 주로 사육되는 소는 ‘보란’이란 품종으로 2년을 키워도 무게가 300㎏로 한우의 절반에 불과하다. 기술 부족으로 자연교배에만 의존해 품종 개량도 거의 되지 않는다.
![]() |
농촌진흥청 직원들이 지난달 에디오피아에서 아프리카 17개국 축산 분야 연구자들에게 소 인공수정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
필리핀에는 옥수수와 콩 농사의 화학비료 사용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는 ‘생물비료 이용기술 연구’ 사업을 추진해 저비용으로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영농기술을 전수했다. 이 외에도 캄보디아에는 옥수수 생산 기술, 미얀마와 스리랑카에는 콩 재배기술을 전파했다.
중남미 지역에는 배추, 상추 등 채소 생산 기술 외에 산악 지형에서도 수월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파종기 등 농기계를 지원해 호평을 받았다.
농진청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과거에 외국에서 감자 생산기술 등을 전수받았고, 이를 계량해 지금에 이르렀다”며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저개발 국가에 기술을 전수해 우리 농업을 글로벌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