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냄새 민원’ 285건
한강 수계선 첫 독성물질
낙동강 전역도 녹조 범벅
이포·여주보 등 비상방류 한강수계의 남조류에서 처음 독성물질이 검출되는 등 녹조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낙동강에서도 하류에서 시작된 녹조가 상류로 번지며 사실상 낙동강 전역을 뒤덮었다.
당국은 강 상류 댐과 보의 물을 비상 방류하며 녹조 제거에 나서고 있으나 확산하는 녹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식수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한강수계에 번식 중인 남조류에서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2001년부터 서울시가 한강수계의 수질검사를 실시한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가 지난 8일 잠실수중보 상류 취수원 5곳(강북, 암사, 구의, 뚝도, 풍납)과 팔당댐 내 광역팔당1취수원에서 강물을 채수해 조류 독성검사를 한 결과, 팔당댐 취수원에서 마이크로시스틴 0.107㎍/ℓ가 나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질환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다. 하지만 검출량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을 따른 서울시 수질관리기준인 1㎍/ℓ의 10분의 1 수준으로 극미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수원인 북한강 역시 지오스민이 급증세다. 8일 서울시내 정수장 6곳의 원수에서 측정한 지오스민 농도는 70∼325ppt로 1일 측정한 33.3∼80.5ppt보다 대폭 증가했고, 팔당댐도 지난 5일 측정 결과 지오스민 농도가 3157ppt로 전날보다 7배가량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수처리를 거친 수돗물도 이제는 불안한 상황이다. 정수처리 이후에도 서울 암사정수장은 기준치 20ppt에 근접한 18.5ppt, 인천 부평정수장은 기준치를 넘는 31ppt의 지오스민이 측정됐다. 지오스민은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민감한 사람은 10ppt만 돼도 흙냄새 비슷한 악취를 감지한다. 이 때문에 녹조 대량 증식 이후 경기 239건, 인천 42건, 서울 4건 등 모두 285건의 ‘냄새 민원’이 들어왔다.
정부는 우선 정수장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활성탄 구입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녹조가 심한 북한강과 낙동강에는 황토를 뿌려 조류를 없애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또 남한강의 충주댐과 이포·여주보의 물을 비상 방류해 팔당호와 한강 하류의 녹조를 제거키로 했다. 10∼13일 사이 충주댐과 이포보, 여주보를 통해 방류되는 물만 초당 540t, 총 1억4000만t에 달한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비상방류를 통해 11일 오후 늦게부터는 녹조류가 감소하면서 팔당호 녹조의 농도가 절반(최대 49%)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충주댐 등의 저수량이 급감해 가뭄 대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강주엽 하천운영과장은 “가뭄 우려가 있지만 팔당호 녹조가 심각해 불가피하게 방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이번 방류는 비상용수를 활용하는 것이어서 생활·공업용수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김효실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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