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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단세포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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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1-19 23:23:06 수정 : 2012-01-19 23: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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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단세포 생물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많다. ‘단세포적 사고’니 ‘아메바적 이분법’이니 어쩌고 하면서 폄하하기 일쑤다. 듣는 아메바의 분통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아메바와 인간의 원초적인 차이는 단세포체냐 다세포체냐이다. 형태론적인 구분이다. 하지만 어떤 과학자는 다짜고짜 다세포 생물은 단세포체가 진화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메바는 인간의 ‘먼 친척’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단세포체가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다는 확립된 근거는 물론 없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연구진이 얼마전 단세포체와 다세포 생물 간의 연결고리를 제시한 것은 인상적이다. 발효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다. 효모에서 분리한 단세포들을 배양액에 옮겨 6번의 배양과정을 반복하자 수백개의 세포 덩어리가 생겼으며, 이것은 세포가 엉킨 단순 덩어리가 아니라 단세포가 분화한 ‘동족 세포들’이었다는 것이다. 다세포체의 본성인 세포들의 ‘이타적 협력’ 징후도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다세포체로 가는 진화과정”이라고 해석한다.

놀라운 발견이다. 5억년 전 지상에는 수조(兆) 개의 단세포 유기체가 살았다고 한다. 그 단세포체가 오늘의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을 것이란 가설에 힘이 실리게 됐다. 2008년에 나온 책 ‘탯줄코드’는 ‘단세포 생물→다세포 생물→곤충→어류→양서류→파충류→포유류→인간’의 진화과정을 단정하다시피 한다. 귀 기울일 만하다. 세포 하나를 복제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세상이니 말이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선창했을 때 당대인들은 거부감을 표했다. 인간과 원숭이는 친척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명확하다. 소나무, 곤충, 인간 모두가 ‘형제자매’ 또는 ‘조손(祖孫)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유아독존적 존재일 수가 없다. 개미나 거미도 함부로 죽여선 안 된다. ‘동족살해’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철학 체계는 물론 문명 기반의 전면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옛분들은 “사람 목숨이나 파리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일여(一如)하다는 것이다. 단세포 연구가 고전적 생명일체론을 입증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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