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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이’ 박영석… 끝내 ‘전설’로 잠들다

입력 : 2011-10-31 09:27:20 수정 : 2011-10-31 09: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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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신동민 대원              실종 강기석 대원
또 다른 전설을 쓰려 갔다 그곳에서 전설로 묻혔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실종된 ‘영원한 산사나이’ 박영석(48) 대장. 그와 함께 산에 오른 대원 신동민(37), 그리고 강기석(33)씨. 그들은 히말라야의 전설로 남기 위해 끝내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들 3명의 중심에 선 원정대장 박영석씨. 산에서 웃었고 산에서 운 그의 인생은 도전 그 자체였다. 박 대장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 어려서부터 탐험 활동에 몸을 던졌다.


에베레스트 정상서 박영석 대장이 2009년 5월 남서벽 루트를 개척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뒤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설악산에서 잔뼈 굵어

1963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난 박 대장은 강원도 설악산에 살았던 친구 덕분에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다. 박 대장은 1980년 동국대 마나슬루 원정대가 등정에 성공한 뒤 환영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을 보고 산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박 대장은 이후 동국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 산악부에 가입해 본격적인 산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북극점을 향해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북극점을 밟았던 2005년 당시 원정대를 이끌고 북극의 설원을 걸어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계 넘으려고 도전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을 매년 한두 봉씩 오르던 박 대장은 1997년 1년 동안 8000m급 5개 봉을 연속으로 등정했다. 박 대장은 2001년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했고 2005년까지 3극점 답사와 7대륙 최고봉 완등까지 성취하며 ‘탐험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수많은 죽음의 위기

박 대장은 1994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등반하다가 태어나서 가장 크게 오랫동안 울었다고 밝혔다. 깎아지른 절벽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졌지만 몸에 묶어 놓은 로프 덕분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박 대장은 “30분 넘게 울다가 움직이려는데 공포 때문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고 털어놓았다. 히말라야에만 40여 차례 도전해 22번이나 실패하며 1995년에는 에베레스트에서 눈사태로 파묻혔다가 살아났고 1997년 다울라기리에서는 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지기도 했다.

◆“가장 큰 영예는 8000m 신루트”

박 대장은 셰르파의 도움 없이 무산소로 등정하는 ‘알파인 스타일’을 추구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번 등반도 정상 정복을 중시하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닌, 산을 오르는 과정에 무게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를 지향하는 방식이었다.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듬해인 2006년 박 대장은 14개 거봉에 ‘코리안 루트’를 내겠다는 또 다른 도전을 발표했고 2009년 4전5기 끝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신루트를 개척했다. 그는 김영도 전 대한산악연맹 회장의 미수(米壽) 기념문집에 기고한 글에서 “산악인에게 히말라야 8000m 신루트는 가장 영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장과 함께 안나푸르나 남벽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된 신 대원은 ‘괴력의 사나이’, 강 대원은 ‘차돌 같은 사나이’로 불리는 국내 산악계의 차세대 주자다. 국내 산악계를 이끌 영건들을 잃었다는 슬픈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다. 신 대원은 아내와 세 자녀가 있고, 강 대원은 미혼이다.

이들 3명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진두지휘했던 대한산악연맹은 사고 발생 12일 만인 지난 29일 실종자 가족들·수색 전문가 등과 상의해 수색 작업을 종료한 뒤 30일 해발 4800m의 베이스캠프에서 위령제를 가졌다. 대한산악연맹측은 이날 박 대장 등이 출발점으로 하강한 뒤 ABC(전진)캠프를 가던 중 플라토(빙탑지역)에서 눈사태를 만나 파묻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국내 위령제는 11월1일부터 사흘간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산악인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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