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단순한 종교 교리를 담은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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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드레인 지음/서희연 옮김/옥당/2만7000원 |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형으로 죽었기에 신약성서는 죽음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그러나 로마 제국 전역에 걸쳐 십자가 처형이 흔히 이뤄졌다는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만 이상하게도 어떻게 집행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아마도 십자가에 매달린 사형수의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짐승 먹이가 되거나 부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십자가 사형수의 유골 발목뼈는 당시 십자가 처형을 짐작하게 하는 유일한 단서다.
뼈에 남은 못 자국을 보면 일반적으로 영화나 성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십자가 앞쪽에서 양발이 포개졌다기보다 십자가 앞뒤로 한 발씩 못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 못에 묻은 나무 파편을 보면 십자가는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 십자가형이 유행했고 올리브 나무가 쓰였을까.
세계 최대 복음주의 신학교인 미국 캘리포니아 풀러 신학교의 교수인 존 드레인은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 시대상을 정확히 파악해야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성경 읽기의 어려움과 성경 속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인류 역사는 성경과 더불어 발전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성경이 인류 지식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인류 문명사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성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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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330년경 기독교를 국교화한 콘스탄틴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모세가 계시를 받았던 불붙는 떨기나무 자리에 지었다는 수도원이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위치해 ‘시나이 수도원’이라고 불렸다가 기독교 박해 시절 순교한 카타리나 수녀의 이름을 따 성 카타리나 수도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

저자는 성경이 단순히 특정 종교의 교리를 담은 경전에 불과할 것이라는 오늘날의 관점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세계 곳곳에서 2500여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2000년 이상 읽힌 성경은 단순한 종교 교리를 담은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힌두교 국가의 민족 지도자가 성경을 탐독하고 자신의 사상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받았다거나 인류 문명이 커다란 변화를 겪을 때 성경이 새로운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고대 문명사를 더듬어가면서 성경이 탄생한 배경도 설명한다. 고대 문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대한 고고학적 탐사로 성서 읽기를 시도하며, 유대민족이 유일신 사상을 탄생시킨 과정을 고고학적 발굴 이야기를 곁들여 엮어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페르시아, 로마제국 등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 이야기에 150여장의 다양한 사진과 역사지도, 도표를 더해 인류 문명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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