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 사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인천 연평도 현지에 남은 주민들은 25일 연평도를 떠날 준비를 하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면사무소 마당에 모인 주민 일부는 인천으로 떠나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연평도에서 나고 자라 꽃게잡이로 생계를 잇는 김광춘(47)씨는 "연평도는 모든 게 마비됐다. 이곳 주민들은 바다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돼서 막막하고 대책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사태가 난 23일부터 출어가 통제돼 두 손 놓고 2일을 보냈다.
선원들도 모두 인천으로 떠나버려 남은 일손도 없다.
김씨는 "천안함 사건 때도 한 20일 정도 출어를 못했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할 말이 없다"며 "마지막 꽃게 철인 데다 올해는 특히 꽃게가 없어서 가격이 올랐는데 일을 못해 손해가 막대하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지금 같은 상황에 하루 일을 쉬면 1천500만∼2천만원의 손해가 난다고 했다.
그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또 한다는데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해 여기 더 있을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옆에서 "23일부터 배를 못 띄웠는데 그 보상은 누가 해주느냐"며 "답답한 심정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 맘때 한창 바다에서 조업해야 하는 어선들은 꼼짝없이 부두에 묶여 찬 바람만 맞고 있었다.
섬을 떠나려고 부두에 나온 주민들은 텅 빈 바다만 한없이 바라봤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강인구(50) 연평어촌계장은 "국가가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 같다. 주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느냐"라고 성토하고서 "오늘까지 주민들이 나가면 남는 인원은 약 20여 명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어촌계장은 "여기서는 도저히 못 살겠으니 국가에서 이주를 시켜주든가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어떻게든 연평도를 떠나지 않으려던 안금녀(80) 할머니도 이날 아들과 함께 짐을 싸 섬을 떠나기로 했다.
안 할머니는 "깨진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집이 저렇게 돼서 어떻게 하나. 딱하다 딱해"라고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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