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황청납부금 세계 9위…재해 자선기금 등 인류 기여
성지(聖地)는 종교인들에게 마음속 고향 같은 곳이다. 성지는 흔히 종교 발상지나 순교가 있었던 지역을 일컫는데 언제나 순례객으로 붐빈다. 종교인들은 이곳에서 위안을 얻고, 신앙의 자세를 새롭게 하고, 인류평화를 기원한다. 그런 점에서 성지야말로 인류 공동선을 이뤄 가는 발원지라 할 수 있다. 5회에 걸쳐 각 종교 성지가 지닌 종교적 의미와 경제·사회적 가치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 세계 11억명의 신자를 자랑하는 가톨릭.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신앙의 중심이다.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교황 수위권(首位權·Primacy)을 받은 시몬 베드로가 순교자로 죽은 곳 로마에는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시국이 자리하고 있다. 교황이 다스리는 바티칸시국은 면적 0.44㎢에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소국이다.
하지만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성지순례자들이 들러 교황에 얽힌 다양한 사연과 영성을 체휼해 간다. 바티칸박물관, 성 베드로 대성당, 성 베드로 광장 등 명소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천지창조’ 등 예술작품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가톨릭교회의 중핵인 교황은 단순하게는 로마 교구의 교구장 주교를 뜻하지만,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자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신성한 영역에 위치한다. 교황은 바티칸시국의 최고통치자이자 현세 가톨릭 교회의 최고 사목자이기도 하다. 현재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65대 교황이다. 교황의 연원은 마태오복음서(개신교에서는 마태복음) 16장 예수와 베드로의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태오복음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중략)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2000년 이어지는 가톨릭의 교황수위권은 바로 마태오복음서 16장에 근거한 베드로의 사도적 수위권에 기원을 두고 있다. 예수가 하늘 나라의 열쇠를 준 베드로, 그는 원래 어부였지만 예수를 따라나서 최고의 사도가 됐다.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하기도 했지만 베드로는 예수 승천 후 으뜸 지도자로 로마에 복음을 전하다 네로 황제의 박해 때 죽음을 맞이했다. 전승에 따르면 베드로가 순교하면서 남긴 말이 비장하다. “십자가를 거꾸로 돌려서 머리가 아래로 오도록 매달아 달라.” 이유는 자신이 예수와 같은 존재가 아니기에 감히 똑바로 매달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톨릭교회의 중심에선 교황은 영적인 권능과 함께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간 존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공동체의 협력을 요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남미의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에 대해 베네딕토 16세는 동성결혼 반대를 거듭 천명했다. 낙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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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 교황이 다스리는 바티칸은 인구 1000명도 안되는 소국이지만 연중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막대한 관광 수입과 해외에서 오는 헌금에도 불구하고 교황청 재정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형편이다. 바티칸 교황청은 세계 금융·경제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410만 유로(약 60억원)의 재정적자가 발생,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한 해 동안 바티칸 교황청의 수입은 2조5018만 유로인 데 반해 지출은 2조5428만 유로였다.
앞서 교황청 적자는 2008년 91만1514유로, 2007년에는 900만 유로에 달했다. 경제위기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바티칸 교황청 보유 문화재 복원 등에 지출이 많은 것도 교황청 재정 적자의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교황청 적자는 전 세계 교회에서 교황청에 자유로이 바치는 ‘베드로 헌금’이 2008년 7580만 달러에서 지난해 8250만 달러로 증가한 것에 비춰 대조적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한국천주교회가 교황청에 낸 납부금은 154만6576달러로 세계 9번째, 아시아 국가로는 가장 많았다. 한국이 10위권 안에 유일하게 포함된 아시아 국가다. 총 납부금은 교황주일 헌금(96만1821달러)과 교황청 납부금(58만4754달러)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 가톨릭 교구는 매년 예산의 일부를 ‘교황청 납부금’으로, 6월29일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무렵의 교황주일에는 헌금을 걷어 교황청에 보낸다. 총 납부금 순위는 미국이 1위를 차지하고, 이탈리아·독일·프랑스·스페인·아일랜드·브라질·캐나다가 2∼8위로 나타났다. 10위는 오스트리아였다. 교황청 재정 적자는 재해 지역에 보낸 자선기금과 ‘젖먹이 교구’를 지원하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의 활동 때문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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