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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판 ‘원님재판’ 통렬히 질타한 헌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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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06 19:21:54 수정 : 2010-04-06 1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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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그제 서울대 로스쿨 특강에서 “법관이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에 따라 재판한다면 결국 현대판 ‘원님재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튀는 판결’ 논란과 관련해 법치주의 근간을 뒤흔든 일각의 빗나간 행태를 질타한 것이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뚫린 민초가 많을 것이다.

‘원님재판’의 어감은 매우 부정적이다. 옛 왕조시대에 행정·사법권을 움켜쥔 지방관이 제멋대로 튀는 럭비공 판결로 온 고을이 다 아는 죄인을 무죄 방면하거나 생사람을 잡은 사례가 드물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 전근대적 구태는 1895년 갑오경장 개혁안에 따라 재판소구성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자취를 감췄다. 오죽하면 이 헌재소장이 이 땅에서 증발한 지 1세기도 더 되는 ‘원님재판’을 떠올렸겠는가. 이 소장은 미리 배포한 강연 원고에선 ‘로또 뽑기’, ‘재수보기’ 재판이란 표현도 썼다고 한다. 이런저런 표현을 고르면서 아마도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이 소장은 “법관의 양심은 개인적 소신이나 신념을 배제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의 법리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재판해야 한다는 직업적 양심을 의미한다”고 했다. “검증된 법리에 따라 예측 가능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구구절절 옳은 지적이다. 다만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 거듭 강조되지 않을 수 없는 사법부 현주소가 참담할 따름이다.

강기갑 의원, 전교조 시국 선언, PD수첩 광우병 보도 등에 관한 일련의 판결로 범사회적 혼란과 혼선이 초래됐는데도 법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1심인데 뭘’ 하는 식의 차가운 반응이 고작이었다. 여권이 사법개혁안으로 압박하자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반발했다.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기득권에만 민감하게 반응한 감이 짙다. 법조 대선배인 이 소장은 ‘법관 양심’과 ‘사법부 독립’을 튀는 판결의 방패막이로 삼는 후배들의 잘못된 풍조를 꾸짖고 있다.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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