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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의 매력에 빠지다] 타악기-서울시향 타악기 수석 주자 에드워드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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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01 18:57:34 수정 : 2009-06-01 18: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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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끝 원초적 두드림에 푹∼”
악기가 보이면 무대가 즐겁다.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연주자가 빚어내는 악기 소리에 빠져 보는 것.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주류에서 벗어난 악기들이 들려주는 음색은 색다르다. 매주 독자를 찾게 될 연재 ‘악기의 매력에 빠지다’는 악기를 통해 무대에 말을 건넨다. 연재의 첫 주인공은 타악기다. 타악기는 늘 오케스트라 맨 끝줄에 우두커니 있어 외딴 섬 같은 존재다. 긴 기다림 끝에 타악기가 빚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찰나다. 연주는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 감춰진 매력이 한 움큼이다.

◇‘서울시향의 실내악 시리즈Ⅱ-타악기’에선 마림바, 심벌즈, 드럼, 우드블록 등 50여종의 타악기가 오른다. 에드워드 최는 “서로 다른 악기의 조화가 이뤄내는 특색있는 음들이 색다른 감동을 준다”고 말한다.
이종덕 기자
악기의 진화를 맛볼 수 있다. 드럼·심벌즈·마림바·실로폰·캐스터네츠·트라이앵글·팀파니 등 타악기의 종류는 끝이 없다. 두드리는 것을 기본으로 호루라기까지 타악기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에드워드 최(40) 타악기 수석은 “타악기는 고대부터 쓰였던 악기뿐 아니라 현대에 새로 등장한 악기까지,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게 매력”이라고 꼽았다. 같은 악기일지라도 재질, 크기 등에 따라 소리가 달라 변화를 줄 수 있는 폭은 무한대다. 채에 따라서도 울림이 다르다. 서울시향의 경우 심벌즈만 해도 10여개. 연주에 쓰일 악기가 정해지면 선택은 연주자의 몫이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어떤 재질, 어떤 크기의 트라이앵글을 쓸지는 자기가 골라야 해요. 음악과 어울리는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연주자의 선택에 따라 소리의 컬러가 달라지거든요.”

그 역시 이 맛에 이끌려 타악에 발을 들여놨다. 캐나다 이민 2세인 그는 중학교 시절 관악밴드에 들어가 활동했다. 그러나 전공은 영문학. “이민 가정이 그렇듯 부모님이 공부하길 원했다”고 했다. 아쉬움에 취미로 드럼 가르치는 일을 했다. 그렇게 흘러오다 보니 어느덧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됐다. 챔버 뮤직 컴피티션, 럿거스 콘체르토 컴피티션에 1위로 입상했고,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무대로 옮겨 갈 경우 타악기 등장은 짧디짧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의 경우 1시간을 기다리다 4악장 맨 끝에 타악기가 등장해요. 군인 같은 느낌이 나야 하는 터키 행진곡풍이죠. 당시 작곡가가 무슨 소리를 원했는지 고민을 해야 돼요. 깜짝 놀란 효과를 원했다면 거기에 맞춰 악기를 골라 소리를 내야 하는 거죠. 등장은 순간이지만 효과는 크죠. 연주는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걸 하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해요.”

등장 포인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놓쳐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다. 악보도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과 달리 숫자가 가득하다. 예를 들어 65라고 적혀 있으면 65마디 쉬고 들어간다. 연습할 때는 모든 악기의 연주가 들어있는 악보집을 본다. 전체 흐름을 알아야 하기 때문.

“타악기 연주자 사이에선 ‘99% 지루하고, 1% 겁난다’란 말이 있어요. 그만큼 오케스트라 무대가 쉽지만은 않아요. 어울리는 악기를 찾아야 하고 타이밍과 밸런스를 맞춰 색깔을 줘야 해요.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인 거죠. 액션은 적지만 승패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요.”

선율에 화려한 색깔을 입히는 타악기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음색일까. 서울시향의 실내악 시리즈가 이번엔 타악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연주회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말 속도가 빨라졌다. 현대에 와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타악기의 매력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레퍼토리로 구성했다.

타악기 곡의 베토벤으로 여겨지는 현대 작곡가 에드가 바레즈(1883∼1965)의 이온화는 현대의 도시생활을 특징짓는 소리를 펼쳐낸다. 사이렌까지 나온다. “타악기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한 그는 “안 어울릴 듯한 소리가 모여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묘한 긴장감을 준다”고 말했다.

연주자가 침묵한 채 연주회장 소리 자체를 연주로 삼은 ‘4분 33초’로 유명해진 존 케이지(1912∼1992)의 ‘크레도 인 Us’도 선보인다. 타악기 외에 캔, 라디오, 초인종, 축음기 등이 출연한다. 우연에 주력한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선 복숭아 캔을 구입해 ‘악기’로 만들었다. 아베 게이코(1937∼)의 ‘웨이브’도 감상할 수 있다. 연주자의 테크닉을 통해 마림바의 화려한 변신을 볼 수 있다.

“실내악은 연주자들에게 서로 맞춰가는 재미를 주는 무대예요. 지휘자 없이 서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팀 플레이를 하는 거죠. 타악기로 이뤄졌기 때문에 음향과 음색이 충만하죠. 즐길거리도 많습니다.”

서울시향 단원 아드리앙 페뤼숑(팀파니 수석), 라울 베르가라(타악기 부수석), 김문홍(타악기 단원), 김미연(타악기 단원), 이경미(타악기 객원) 등이 함께한다.

1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 체임버홀. (02)3700-6300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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