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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국토의 숨결 느낀 백두대간 종주

입력 : 2008-12-30 18:13:03 수정 : 2008-12-30 18: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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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 건축가
얼마 전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다. 몇 해 전만 해도 산행을 많이 하지 않았던 내가 그 일을 했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일은 누가 시키거나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순전히 나 자신이 내건 목표에 대한 실천이었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우리나라 국토의 등줄기가 되는 산마루가 이어진 능선을 말한다. 그런데 분단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걸을 수 있는 구간은 지리산에서부터 진부령까지(도상거리 680㎞, 실측거리 735㎞)이다.

내가 대간 종주를 하고자 한 것은 우리 국토의 가장 심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에 파노라마가 있듯 대간 길 전체도 완만함과 험준함이 공존했다.

중화지구대라는 평온한 지대를 지난 후 만난 대야산 구간은 험하다는 소문대로 반복되는 암릉 구간을 20여회 로프에 의지해 지나느라 힘이 들었다.

비록 그처럼 힘은 들지만 대간 종주는 평소 차로 평지를 이동할 때 느낄 수 없었던 국토의 생생한 숨결을 대할 기회였다.

그리고 그것이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끌리게 했다. 대간 길을 걸으며 고을의 경계나 강과 산줄기가 시작되는 곳을 지나고 지형에 의해 지역이 나뉘고 언어와 기후가 변하는 우리 국토의 상황, 그리고 자연의 입지 조건 속에 형성된 삶과 문화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걸은 대간 마루는 대부분 삼국시대의 국가 경계였다.

그것은 자연조건에 의해 삶의 영토가 구분되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상의 삶과 문화는 그처럼 대부분 자연 조건의 바탕 위에서 형성되었다.

그리고 조건마다 삶의 모습이 달랐다. 내가 종주에서 얻은 것은 그처럼 우리 자연과 국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그 아름다움을 직접보고 느끼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간 종주를 하면서 평소 기계적인 일상의 삶으로부터 메마르기 쉬운 감각과 정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때로는 지독히 얽매인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산행에 임하고 나면 단지 산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되어 심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산에 들어서면 어떤 조건이거나 그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화무쌍한 자연의 각각을 체험한다. 때로는 모진 추위와 비바람 등 견디기 어려울 만큼 혹독한 순간도 있지만 쏟아질 듯한 별, 새벽의 환희로운 분위기, 일출의 장엄한 기운, 계절의 표정 등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감동을 신선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체험이 삭막한 도시 환경에 살면서 메마른 정서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고대하던 종주를 마치면서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더 진행할 수 없는 분단의 현실도 아픔이었다.

하지만 백두대간 종주는 내게 우리 국토의 거대한 품을 체험으로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그로써 우리의 국토를 피부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김석환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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