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는 대통령 연설문에 ‘유머’를 넣어주는 비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이중인격자라는 비판을 받자 “얼굴이 두 개였다면 왜 이런 중요한 자리에 하필이면 이 얼굴을 갖고 나왔겠느냐”고 받아넘겼다.
한자문화권인 우리는 ‘농담’을 유머와 비슷한 뜻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한다. 자칫 ‘지금이 농담할 때냐’고 핀잔을 듣기 일쑤다. ‘과묵이 미덕’인 전통적 기준에서 입 가벼운 사람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물론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웃음은 숨막히는 인생에 넉넉함을 안겨주기에 웃기에 힘써야 한다. 임어당(林語堂)도 말했지 않은가. “유머는 문화 수준을 높이는 변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웃는다는 것은 즐겁다는 뜻이다. 엔도르핀이 돌아 즐거우면 하는 일에 보다 많은 애정을 쏟게 되고 고객 등 이웃에도 전파돼 생산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말수가 줄었다고 한다. 즐겨하던 농담도 안 한다는 게 보좌진의 귀띔이다. 취임 후 2개월 남짓 일찍 출근해서 일하는 ‘얼리 버드’와 ‘무휴일’을 선언하면서 새벽부터 뛰었지만 성적표가 좋지 않기 때문일까. 어두운 경제전망과 인사파동 등에 따른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 등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삭막한 현실에서 윤활유 구실을 하는 농담과 조크를 적절히 구사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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