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고증하듯 추적하기 보다는 위대한 예술가의 찬란했던 한때를 상상력을 동원해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다. 두 영화에는 실존인물인 주인공과 중요한 관계를 맺는 인물이 등장한다. 베토벤의 숨은 음악 조력자와 로맨스 소설의 대가 제인 오스틴의 연인이라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과연 영화 속 이야기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카핑 베토벤’ 속 안나 홀츠
영화 ‘카핑 베토벤’은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 교향곡의 탄생 과정과 그 뒤에 숨겨진 카피스트 안나 홀츠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말년에 청각을 잃고 점점 괴팍해진 베토벤 곁에서 안나 홀츠는 음악적 교감을 나누며 교향곡의 완성을 돕는다. 하지만 영화 속 안나 홀츠는 완전히 허구의 인물이다.
‘합창’을 직접 지휘한 베토벤은 연주가 끝난 뒤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청각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관객에 등 돌리고 서 있었던 그에게 무대에 있던 한 여성이 다가와 베토벤을 돌려세운다. 청각을 잃은 음악가의 예술적 성취와 성공을 단번에 알려주는 베토벤의 유명한 에피소드다. 영화는 이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인 안나 홀츠를 만들었다.
◆‘비커밍 제인’ 속 톰 리프로이
영화 ‘비커밍 제인’은 2003년 전기작가 존 스펜스가 쓴 ‘제인 오스틴 되기’라는 전기소설을 바탕으로 제인 오스틴의 인생과 작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랑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비커밍 제인’에서 제인 오스틴은 자존심 강하고 글쓰기를 즐기는 젊은 여성이다. 또 조건 맞춘 결혼과 애정 있는 결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의 소설 속 여주인공을 닮았다.
특히, 런던 출신의 남자 톰 리프로이와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오만과 편견’을 무척 닮았다. 영화 속에서 제인 오스틴은 조건이 좋은 남자의 청혼을 받기도 하고, 톰 리프로이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거나 그와 사랑의 도피를 벌이기도 한다.
41세 미혼으로 단 여섯 작품만 남기고 떠난 제인 오스틴. 그녀의 평생 뜨거웠던 단 하나의 사랑 톰 리프로이는 실제 인물일까?
톰 리프로이는 제인 오스틴의 편지 속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이지만, 그가 제인 오스틴과 어느 정도의 관계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영화 속에서처럼 두 사람이 결혼을 할 뻔하고 함께 도망을 친 것은 완전 허구다.
다만 영화의 원작인 ‘제인 오스틴 되기’의 작가 존 스펜스는 “1795년 크리스마스 때 두 사람이 만났으며, 1796년 런던을 방문한 제인 오스틴이 톰 리프로이의 삼촌집에 머물렀으며, 1798년 결혼한 톰은 첫 딸의 이름을 제인으로 지었다”라고 주장한다. 존 스펜스는 둘의 관계가 크리스마스 휴일 동안의 짧은 사랑이었다는 기존 주장들과는 달리 이 만남이 그녀의 일생 중 가장 로맨틱한 순간이자 위대한 여류 작가로 삶을 변화시켰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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