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가 오거나 아주 추운 겨울만 아니면 이 녀석을 타고 출 퇴근 합니다. 특히 짐이 많은 날은 아주 편리합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지 않아도 되고 또 버스에서 내려서 학교까지 낑낑거리며 짐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또한 버스보다 경제적이고 지하철처럼 계단을 뛰어 오르고 내리는 불편함도 없을 뿐더러 건강에도 아주 좋습니다. 그렇지만 멋은 내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청바지에 셔츠가 제격이죠.
이 녀석 먹이는 신선한 공기입니다. 공기만 빵빵하게 넣어주면 어디든 갑니다. 집에 마구간이 없어서 밖에다 세워 두었더니 꼴이 말이 아니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별 탈없이 잘 움직입니다. 4월에 한국에서 온 손님이 타 보시더니 앞 갈비뼈가 휘었다며 병원에 데리고 가라는데 이 녀석을 타고 산엘 오르거나 험한 길을 가거나 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냥 방치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이런 녀석을 구했냐고요? 파리로 이사가는 친구에게 받았습니다. 데리고 가자니 비용이 너무 들 것 같고 또 파리는 지하철이니 버스니 발달되어 있으니 탈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저에게 넘겨주고 갔습니다.
어떻게 생겼냐고요? 쨔~잔
◇사진① |
실망하셨습니까? 이만한 게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자전거 도로가 제법 잘 갖추어진 편이라서 다니기 아주 좋습니다. 큰 길을 따라가면 더러 자동차가 다니는 길하고 하나가 되기도 해서 위험하지만 제가 다니는 길은 그런 길이 아닙니다.
집에서 나와 왼쪽으로 돌면 이차선 도로가 나옵니다(사진2). 여기 사람들도 좀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 편이라서 차도로 가는 게 겁이나 저는 인도를 이용합니다. 인도가 폭이 넓어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가도 널널하니 맞은 편에서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와도 안전합니다.
◇사진② |
같은 이차선 도로라도 시내에 가까워지면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자전거 전용차선 안내도 잘 되어 있습니다(사진3). 자전거 전용 도로는 인도에 붙어 있으면 자동차 도로 쪽에 가까운 쪽이 자전거 도로가 되고, 자동차 도로에 붙어 있으면 인도 쪽이 자전거 도로가 됩니다. 아래 사진은 인도 쪽에 있던 자전거 도로가 자동차 도로 쪽으로 넘어간다는 안내입니다(사진4).
◇사진③ |
◇사진④ |
집에서 학교까지 아님 시내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갈래 있지만 제가 다니는 길은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입니다. 지름길이야 버스가 다니는 큰길인데 재미없어서 아주 급하게 가야 할 때가 아니면 돌아 돌아 갑니다. 집은 강남에 있고 학교는 강북에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강을 건너 다닙니다. 그래도 학교까지 30분이 채 안 걸립니다. 아래에 보이는 사진이 바로 그 강입니다(사진5). 그리고 강을 건너 가면 제가 전속력을 내서 달리는 이런(사진6) 길이 나옵니다.
양쪽으로 자전거 도로가 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게 예의입니다. 첨에 와선 자전거 표시만 보고 방향은 생각하지도 않고 달리다가 무지(?) 욕 먹고 깨달은 사실입니다. 그 때는 왜 저를 보고 화를 내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느리게 가면서 왼쪽으로 가도 욕 먹습니다. 천천히 갈 거면 얌전하게 바깥 차선 따라가는 게 또 예의입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나 봅니다. 돈을 내든 욕을 먹든 제 값을 치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걸 보면요.
◇사진⑤ |
◇사진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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