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세관 "입국하는 승객들 감시 기능 약화될까 우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을 추진하려는 인천공항공사와 이를 막으려는 관세청·항공사 간에 힘겨루기 싸움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래 벌써 세번째다.
◆논란 재점화=최근 정치권에서 의원입법으로 입국장 면세점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처리방침을 굳히면서 해묵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인천공항공사가 이용객 편의를 명분으로 부지런히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인천공항공사는 5일 “그동안 수차례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려 했다가 고배를 마셨으나 이번에는 열린우리당 한병도 의원이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연내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만큼 우리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내년 중반쯤이면 입국장 면세점 운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공사 측은 내다봤다. 운영품목은 주류와 담배, 화장품, 초콜릿 등 입국자들이 선물용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앞서 2003년 16대 국회와 2005년 17대 정기국회에서도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의 대표 발의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 개정안’이 제출된 바 있다. 하지만 법안은 재경위 조세법안심사소위에서 부결됐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 시 공사의 임대료 수익이 연간 130억∼15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해외 여행객들이 입국장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액수는 이보다 10배나 많아 과소비 조장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이유로 공항공사의 입국장 면세점 설치계획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 바람에 인천공항 1층 수하물 수취지역 2곳에 각각 60평 규모로 설치된 입국장 면세점은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텅 비어 있는 상태다.
◆찬반 논리 팽팽=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해외여행객들이 출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건을 다시 갖고 귀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고 공사 측은 설명한다. 또 외국공항 출국장 면세점 대신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하므로 여행수지 적자 폭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한다. 공사 측은 입국장 면세점 설치 시 연간 82억원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네티즌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86%에 달했다”면서 “입국장 면세점이 안 된다면 출국장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입국할 때 인도받을 수 있는 물품인도장만이라도 설치해 이용객들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관세청 산하 인천공항세관은 입국 승객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 약화와 밀수품 은닉·유기 장소 등을 이유로 면세점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기내면세점 매출 감소를 우려해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에서 두차례나 폐기된 법률안을 다시 들고 나와 추진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이는 공항공사가 공항 이용객 편의를 내세워 임대료 수익을 챙기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한편 입국장 면세점은 동남아시아와 남미·동유럽을 중심으로 23개국 30개 공항에서 설치·운영되고 있다.
인천공항=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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