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동해시 묵호등대를 관리하는 정석교(57·사진) 묵호항로표지관리소장은 “많은 사람이 등대를 방문하는 것을 보고 등대의 의미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묵호등대는 2007년 동해와 주변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는 등 시설을 마련했다. 해양문화전시물과 파고라, 산책로, 소공원 등 편의시설을 갖췄고 평상시 낮 시간대에는 관광객에게 등대 시설을 전면 개방한다.
“문화공간으로 개방되면서 탐방객이 늘기 시작해 매년 10만명 이상이 등대 시설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옵니다.”
“등대 앞 소공원에서 음악과 무용 등 공연 행사와 각종 전시회가 진행된다”는 그는 “등대 앞 소공원은 새해 해맞이 명소로 신년 초에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등대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등대에 올라 사랑을 약속하는가 하면 가족들이 새해 계획을 세우는 걸 보면서, 등대야말로 ‘언약’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 소장은 “등대의 원래 의미가 늘 같은 자리에서 정해진 시간에 선박을 향해 빛과 소리로 약속된 신호를 보내서 안전운항을 돕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등대가 등명기를 정해진 시간에 켜지 않거나, 안개가 많이 낀 바다에 신호음을 보내지 않는다면 어선들은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등대는 약속이고, 이를 꼭 지킬 것이라는 신뢰의 징표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직원과 함께 등대에 딸린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 소장은 주문진과 묵호, 거진, 속초 등 동해안 등대에서 주로 일해 왔다.
“늘 변함없는 등대 같은 사람이 되라고 자녀에게 말하곤 한다”는 그는 “등대에 근무하다 보면 남편을 바다에 내보낸 아내 같은 심정으로 생활하게 된다”고 말했다.
1963년 6월 건립돼 불빛을 밝히기 시작한 묵호등대는 높이 21.9m의 백원형 철근콘크리트 7층형 구조로, 2003년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프리즘 렌즈의 대형 등명기를 설치해 48㎞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
동해=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