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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의 엄마도 처음이야] <6> 장가 간 아들은 며느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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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4 17:46:00 수정 : 2016-05-20 14: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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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관심은 사랑일까, 간섭일까. 아들 내외를 사랑하는 마음이지만 며느리에게는 간섭으로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아직 엄마 품을 떠나지 못한 남편 때문인 경우가 많다.

‘남편이 시어머니 집으로 가출했어요.’ 지난해 엄마들 카페에서 본 글의 제목이었다. 부부싸움 후 남편이 집을 나갔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댁 앞에 갔더니 그곳에 남편 차가 세워져 있더라는 얘기였다.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시어머니조차 며느리 연락을 무시했다고 한다. 부부의 잘잘못은 부부만 아는 것이지만 부모님 댁으로 달려간 것만으로도 남편이 철없게 느껴졌다.
“손주까지 있는데 아들 내외 일은 알아서 하도록 돌려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럴 거면 자기 부모랑 계속 살지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어요.”

새벽에 올라온 글에 많은 여성들이 공감과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극단적 사례로 보이지만 엄마들 카페에서 자주 보았던 부부갈등 유형이었다.

회사 동기가 들려준 작은 표본의 통계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8명의 동기 친구들 중 절반이 고부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며느리와 신경전을 벌이는 시어머니의 공통점은 지방에 사신다는 점이었다. 이들 모임에서 지방 어머니의 경우 서울에 비해 직업이 없거나 사회활동을 적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아들에게 온 관심을 쏟았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보다는 시어머니의 대외활동 여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랑이 깊으면 관계도 깊어져야 하는데, 아들 부부에 대한 시어머니의 관심은 크면 클수록 며느리와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아이를 낳고 떠올랐던 생각 중 하나는 ‘나도 언젠가 시어머니가 되겠네’였다.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장가 간 아들은 며느리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결심만큼 초연할 수 있을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의 다리를 두 팔로 휘감고 “엄∼마∼”를 외치거나, 화장실에서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 “엄마!”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아들. 그런 내 껌딱지를 생각하면 시어머니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성장한 자녀의 세계를 인정하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야말로 엄마의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내가 얘를 어떻게 키웠는데”, “내 아들 집인데 내 마음대로 왜 못 가”, “그래도 내가 시어머니인데!!”라고 생각한다면 아들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할 것이다. 아들 내외가 부부싸움에 시달릴 테니 말이다. 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딸 부부 일에 장모가 시시콜콜히 개입하는 가정은 장서(장모와 사위) 갈등으로 전쟁을 치른다.

얼마 전 미용실에서 동갑내기 직원을 만났다. 결혼을 앞둔 여성이었는데 3명의 자녀를 둔 오빠 내외가 있었다. 최근 오빠네 집에 갔는데 새 언니가 입이 타조만큼 튀어나와선 거칠게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쨍쨍쨍 그릇 깨지는 소리로 대신 말하고 있었다. 새 언니가 아이들에게 입힌 옷을 마침 아들 집에 들른 시어머니가 “더 두껍게 입히라”며 싹 갈아입혀 학교에 보낸 게 원인이었다.

“시누이로서 엄마 마음도 이해가 되고. 저도 이제 결혼을 하는데 이 정도는 며느리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뒀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사소한 걸로도 엄마와 언니가 부딪히더라고요.”

“설거지를 왜 안 했냐?”, “얘(손주) 옷을 다른 거 입혀라”, “아침 밥상에 국을 내야 하지 않겠냐”는 등 일상의 자잘한 부분은 아들 내외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 같은 내용을 놓고 부부끼리도 다툼을 한다. 부부끼리 싸워 타협안을 찾으면 될 텐데 시어머니까지 가세하면 갈등만 더 커진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며느리는 감히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했던 조선 시대도 아니다. 엄마로부터의 독립은 부모에게는 자식 뒤치다꺼리로부터의 해방이 아닌가. 자녀의 행복을 바란다면 이제는 장가 간 아들, 시집 간 딸은 그 배우자에게 줬다고 생각해야 한다.

국제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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